「지하철구내 금연」 흐지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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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하철 이용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지하철구내 공기오염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특히 금연구역인 지하철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늘고 있어 그 처벌조항의 명문화가 시급하다. 비흡연자라면 누구나 지하철구내에서 한번쯤 이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금연운동이 확산되면서 지난88년10월 서울시지하철 전구간이 자율금연구역으로 설정된바 있다. 지하철내에서 재떨이가 사라지고 벽 여기저기에 금연을 알리는 포스터와 경고문이 나붙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금연 경고문을 아랑곳하지 않는 몰지각한 흡연가들 때문에 금연구역지정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것 같다. 『아빠 담배는 그만』이라고 쓰여진 금연포스터 앞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물어든 사람을 흔히 볼 수 있고 지하철 휴지통에도 꽁초가 수북이 쌓이고 있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흡연하는 것을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지하철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서울시지하철 지하공간이 크게 오염돼 있다.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가 기준치에 3배가량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석면가루등 각종 먼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극심한 지하철 실내오염의 주범은 다름아닌 담배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지하철은 매우 불량한 환기시설과 무분별한 흡연이 함께 작용하면서 공해지대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청량리역이나 사당역같이 많은사람이 이용하는 곳은 눈으로도 오염정도를 식별할수 있다.
4천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무기를 제외하고 인류를 파멸하는 유일한 상품이라는 담배연기가 지하철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담배연기는 폐암·위암등 30여종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이러한 흡연의 피해가 흡연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어린이를 포함한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당하고 있다. 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애연가인 남편을 둔 부인의 경우 폐암발생확률이 보통사람보다 4배나 높다고 한다. 그만큼 간접흡연은 완만한 타살행위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각종 공공기관에 금연구역 설정을 확대, 협연권을 보장해나가는 한편 싱가포르처럼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선 무거운 벌과금을 부과함으로써 지하철 실내공기의 오염방지에 실효를 거두길 바란다. 이승연<서울용산구효창동용마연립 다동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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