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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논쟁 뜨거운 동독총선 유세/본사 배명복특파원 현지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하나의 국민” 격문 물결/지원차량선 「손에 손잡고」 울려퍼져
15일 오후7시40분 서베를린으로 통하는 23개 관문 가운데 하나인 찰리검문소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동베를린의 아카데미 플라츠(광장).
이날 오후8시부터로 예정된 중도우파연합인 독일연합의 선거유세를 지켜보기위해 나온 2만여명의 동독인들로 광장주변은 다소 혼잡한 모습이다.
서독기민당에서 지원차 보낸 선거유세 차량에서는 코리아나가 부른 서울올림픽주제가 『손에 손잡고』가 우렁차게 울려퍼지며 유세장분위기를 돋우고 있고,모여든 인파들 사이에서는 동서독의 국기를 비롯,각종구호가 적힌 피킷과 현수막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하나의 돈,하나의국민,하나의 땅」 「1990년11월9일(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주년이 되는날),통일을 이루자」
이날 유세장에 등장한 구호나 격문들은 대부분 조속한 독일통일을 지지하는 내용들이었지만 그 중에는 『정신적·경제적으로 DDR(동독)가 BRD(서독)에 의해 「점령」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등 성급한통일을 경계하는 것들도 적지않았다.
유세장에 나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조기통일을 내세우는 독일연합의 지지자들이었지만 이 유세를 방해(?)하기위해 나온 조기통일반대론자들도 적지 않았다.
첫번째 연사로 나온 에베아르트 디프겐전서베를린시장 (서독기민당)의 연설은 박수와야유가 뒤엉켜 중간중간 끊어질수 밖에 없었다.
동독 기민당 지지자들의 열띤 박수와 환호뒤에는 반드시 동독 사민당이나 민주사회당(구공산당)지지자들의 야유와 함성이 뒤따랐다. 한쪽에서 『도이칠란트,도이칠란트』를 연호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DDR,DDR』를 맞받아 외쳐 도대체 어느 정당의 유세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늦어도 1년내에 통일이 될것』이라고 장담하는 메르츠케씨(52·기술자)는 『이번 선거에서 조기통일을 주장하는 국민연합에 표를 찍기로 이미 결심했다』면서 함께나온 가족들과 연설 중간중간마다 열심히 환호를 보냈다.
동독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선거가 될 18일 총선이 코앞에 임박한 15일 동베를린의 시가지는 감정과 이성이 마지막 줄다리기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한편에서는 통일로 향하는 국민적 열망과 감정이 용출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좀더 신중하고,이성적으로 따지며 냉철히 대응하자는 신중론이 지배하고 있다.
동독사민당당사에서 만난 유르겐이츠펠트부대변인은 『개인적으로는 3년후통일이 이루어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2년후에만 이루어져도 다행』이라며 성급한 통일논의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동독혁명」의 발원지라고 할수 있는 신포럼(이번 총선에 참가한 24개정당 가운데 하나)의 지지자라는 한 청년은 『성급한 통일은 독일의 장래를 위해 경계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서독 비케르트연구소가 동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연내통일을 지지하는 사람(56%)과 반대하는 사람(44%)이 거의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조기통일론과 신중론이 막판까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내 곳곳에 나붙은 선거포스터에서도 독일연합등 조기통일론자들이 내세우는 『우리는 한 국민』이라는 감정어린 구호와 사민당이나 민주사회당·좌익연합등이 내세우는 『심장이 아닌 머리로』라는 구호가 강한 대비를 이루며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있다.
한편 이날 동독의 ADN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24개정당이 난립한데다 의석확보에 필요한 최저득표율을 인정하지 않은 완전한 비례대표제방식의 현행 선거법에 비추어 10%이상의 지지를 획득할것으로 보이는 사민당·국민연합·민주사회주의당등 3개정당 외에도 수많은 정당들의 원내진출이 예상돼 선거결과가 극심한 혼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총4백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의 1천2백20만 유권자 가운데 최소 0.25%의 지지만 얻으면 일단 원내진출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선거결과 1백석내외의 의원을 배출하는 당도 있지만 한두명 내지 두세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군소정당들도 다수에 달할 것으로 보여 선거결과 각 당간의 정권연합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가 큰 관심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당초 42개 정당 및 정치단체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나 최종 등록과정에서 24개로 압축됐는데 그중에는「독일의 맥주 음주자당」「여성 독립당」「민주농민당」「히틀러당」등 급조된 사이비(?)정당들고 적지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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