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노 대통령이 답할 5개 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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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미 정상회담차 14일 워싱턴에 도착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따듯한 환대를 받을 것이다. 노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은 또 있다. 미 언론과 행정부.의회가 그에게 던질 질문들이다. 노 대통령 특유의 낙관적 태도와 솔직함을 감안하면 이런 만남을 통해 한.미 간에 상당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워싱턴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의 '입'을 주목할 것이다. 다음은 워싱턴이 노 대통령에게 던질 다섯 가지 질문이다.

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책임지고 완수하실 자신이 있습니까?

FTA는 전략적으로, 경제적으로 한.미 모두에 이로운 사안이다. 그런데 양국에는 각각 FTA 반대 세력이 존재한다. 워싱턴의 분위기로 보면 부시 행정부와 공화.민주 양당의 핵심 지도자들은 FTA를 통과시킬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한국 내 반대를 무릅쓰고 FTA를 성사시킬 것이라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2.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계획입니까?

언론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가정에 기초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개적인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이 제기되면 최선의 답변은 외교적 해법에 대한 확신과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과시하는 것이다. 만약 답변이 여기서 한발 더 나가거나 혹은 못 미친다면 평양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한반도에 위험을 고조시킬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개별적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실험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런 도발행위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3.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융통성을 보여야 합니까?

이 질문은 조심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북한의 범법행위와 화폐 위조를 눈감아 주자고 미국인들을 설득할 수도 없거니와 그럴 의사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완화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6자회담을 재개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현명하다.

4.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서둘러야 합니까?

양국 정상은 전작권 이양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볼 것이다. 한.미가 이 문제에 대해 공동 전선을 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양국이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고 전작권 이양을 서두르고 그 날짜를 못박는다면 이는 평양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를 덜렁 들어주는 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양국이 전작권 문제에 대한 원칙에 합의하되 그 구체적 실행시기는 한반도의 전략적 상황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편이 낫다.

5.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복안은?

워싱턴의 많은 인사는 지난 몇 년간 일본이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온 데 대해 우려해 왔다. 그래서 워싱턴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 대통령의 복안을 듣고 싶어한다. 만약 노 대통령이 '일본이 모든 사태에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고 대답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 관계는 미국에 대단히 중요하다. 서울-워싱턴-도쿄 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세 나라가 모두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한다.

노 대통령이 이런 어려운 문제에 답하고 나면 "오늘 점심 식사는 어땠습니까" 같은 쉬운 질문도 나올 것이다. 나 역시 한.미동맹에 애정을 갖는 한 미국인으로서 부시-노무현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정리=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