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일본 은행들 10년 만의 '외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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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MUFG)과 이의 계열 대금업체인 아코무는 인도네시아 소형은행 뱅크 누산타라 파라얀갼(BNP)과 인수 협상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 3억1100만 달러에 불과한 BNP지만 인수에 성공할 경우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은행으로선 처음으로 해외 은행을 인수하는 사례가 된다.

MUFG는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명을 넘는 데다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6% 대를 지속하고 있어 시장 선점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코무도 지난해 태국 타이그룹과 공동으로 현지 합작 은행을 세우는 등 동남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MUFG는 6월 일본 은행으론 처음으로 중국의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에 1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MUFG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경쟁사인 미즈호도 꿈틀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즈호는 100억엔을 투자, 신한은행.굿모닝신한증권.신한생명의 지주회사인 신한지주의 지분 1% 가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미즈호는 이미 지난 5월 신한은행과 포괄적인 업무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미즈호가 인수를 검토 중인 지분은 신한은행이 보유한 자사주 중 일부로 알려졌다. 미즈호는 신한은행과 각종 투자업무에서 제휴할 계획이다. 미즈호는 산업은행과도 10월 업무 제휴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은행들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시장도 넘보고 있다. MUFG는 '월스트리트의 풍운아'로 불리는 조 퍼렐리가 추진 중인 부티크형 투자은행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뉴욕증시 상장을 계획 중인 미즈호는 상장 후 미국에서 금융 지주회사 면허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 종합 금융 그룹을 키워보겠다는 장기계획의 첫 단계로 풀이된다.

은행 뿐 아니라 일본의 증권.보험회사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특히 다이이치 뮤추얼 생명보험은 인도 생보 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FT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리스크와 수익을 따지기 보다는 막대한 현금을 주체하지 못해 해외로 나갔던 80년대 일본 금융회사의 모습을 지울 수 없다"며 "서방 금융회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일본 금융사들은 자산 규모로는 씨티.HSBC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지만 버블 붕괴에 따른 부실채권에 눌려 90년대 이후 해외 진출을 꺼리거나 현상유지에 머물렀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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