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한국식당 “테러 방화”/프랑크푸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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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두 한국인등 11명 사망 넷 중태/출입구서 불질러 미처 못빠져나와/신 나치주의자등 범행 가능성 수사
【프랑크푸르트=외신종합】 7일 오후8시40분쯤(현지시각) 서독 프랑크푸르트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한국인 식당 고려(주인 황영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국인 종업원 안춘영씨(27)를 포함해 1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현지 경찰은 당초 이번 사건을 가스누출에 의한 단순폭발사고로 추정했으나 화재현장을 정밀검사한 결과 방화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이 폭탄테러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사람들의 명단은 밝히지 않은채 한국인종업원 1명을 포함,미국인 3명ㆍ영국인 1명ㆍ서독인 3명과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3명 등 1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현지 한국공관은 한국인 안씨와 미국인 5명,서독인 5명이 사망했으며 미국인중에는 미군과 결혼한 한국계 여인 1명이 포함된 것 같다고 외무부에 보고했다.
또 부상자 7명 가운데는 한국인 주방장 김혜옥씨(44)가 포함돼 있으며 4명은 중태라고 현지공관은 밝혔다.
많은 사람이 숨진 이유는 당초 경찰의 추정과는 달리 주방쪽이 아니라 출입구쪽에서 화재가 발생,손님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고 구조대원들의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현지경찰은 밝혔다.
이 화재는 지난47년 서베를린의 한 식당에서 80명의 사망자를 낸 화재사건이후 43년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날 화재는 5층건물중 2층을 쓰고있는 식당입구에서 발생,식당내부로 번졌으며 주방의 가스기기에 인화됐다고 현지경찰은 밝혔다.
또 경찰은 희생자의 대부분이 연기에 질식사 했으며 1명은 2층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도시에서 외국인 영업행위를 싫어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이나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공관은 이번 사건에 대공용의점은 없는 것같다고 밝혔다.
한ㆍ중ㆍ일식 전문식당인 고려는 이 도시의 번화가인 자일쇼핑가에 자리잡고 있으며 교포들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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