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칡처럼 얽힌 세계문화, 그 덩굴 헤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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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목이 좀 어렵다. 종교.민족 등의 충돌에 따른 지구촌의 위기를 지적한 새뮤얼 헌팅턴의 화제작 '문명의 충돌'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애써 '혼성'을 사용한 것 같다. 그런데 원제를 보면 얘기가 쏙 들어온다. '세계문화(World Culture)'다. 세계문화는 세계화로 연결된다. 세계가 하나의 경제.문화체제로 통합되는 그 세계화 말이다.

책은 세계문화의 역동성을 주목한다. 또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맥도널드 패스트푸드점을 두고 있는 두 나라는 서로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세계문화는 한번 뿌리 내리면 뿌리 뽑기 어려운 우리 시대의 칡"이라는 비유가 재치있다.

미국 에모리대 사회학과 교수로 있는 두 저자는 20세기 지구촌의 변화양상을 폭넓게 훑는다. 아테네에서 시작된 근대올림픽이 어떻게 지구촌을 통합해왔는지, 항공여행이 세계를 어떻게 하나로 연결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자본.노동.정보.기술의 국경 없는 교류를 빠뜨리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각국의 요리를 즐길 수 있듯, 세계화가 우리의 일상에 미친 영향도 조목조목 따진다.

단, 그들은 세계화 예찬론을 경계하며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일부 인정한다. '(모든 이에게) 세계는 평평하다(공정하다)'고 주장한 토머스 프리드먼과 생각이 다르다.

그래도 거스를 수 없는 게 세계화 물결. 아프리카 말리의 농부가 뿌리는 벼품종에도 서양과학의 최근 성과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찬반을 떠나 우리의 '지금, 여기'를 돌아보고, 앞날을 준비하는 데 유용해 보인다.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게 현명할 테니까.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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