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각〉전시회와 세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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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연초부터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세청의 화랑 세무구조 내사는 결국 89년도 소득세신고를 인상해 받는 선에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우리 세법상 창작품으로 인정되는 예술품의 매매는 소득세만 적용하고 부가가치세는 면제시켜 주는 혜택이 있었지만 미술품의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세부당국이 그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고 앞으로는 각 화랑의 「전시회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여 과표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의지로 전해졌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와 내사 동기에 대하여는 하자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앞으로「전시회 실태」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에 대하여는 세무당국의 무지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그 부작용의 여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시회를 많이 여는 화랑이 돈을 많이 번 화랑으로 생각하기 쉽다. 국세청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전시회를 열어 작가와 화랑이 돈을 버는 경우는 『몇몇 특수한 예』에 불과하다. 그것은 이른바 인기작가에 국한되는 얘기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시회를 열기만 하면 매진될 작가―그 작품값이 10호(신문지 한면 크기)에 5백만원, 1천만원 이상 하는 작가―가 수십 명 있다. 그런데 그 인기작가들이 개인전을 여는 것은 10년에 한번도 안된다. 전시회를 할 틈도 없이 팔려나가기도 하고, 전시회를 해봤자 세금이나 낸다고 기피하기도 한다.
인기작가들은 어느 화랑에 전속되어 있지도 않고 화랑이 아니어도 팔 수 있을만큼 스스로의 판로와 수요를 갖고 있기도 하다. 작품값도 화랑이 아니라 스스로 인상하고 결정할 정도라면 알만한 일이 아닌가. 세청이 내사하려면 바로 이 부분에 손을 댔어야 했다.
그런 인기작가 이외의 전시회란 대개 자신의 예술적 성과를 평가받고 싶어서, 또는 그런 예술적 축적 속에서 자기성장과 함께 대중의 사람이 증대되기를 바라는 희망 속에서 꾸며진다.
전시회, 그것은 우리 미술계의 생산력이 수렴되는 현장이며 화랑의 전시회 기획은 중요한 미술진흥이 되는 것이다. 화랑이 적자를 보면서도 전시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이고 미래에의 투자다. 전시회를 열지 않는 화랑은 미술품 거래의 중개상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팔리는 전시가 아니라 보여주는 전시회는 세무상 감면 혜택이 주어질 대상이지 과표 기준이 될 것은 절대로 못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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