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KAL기 미함정이 격추설/미ㆍ불 전문가 가설…르몽드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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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해 순항중 소 전투기로 오인 발사/사고지점도 종곡해협 남쪽 일 해역
지난 83년 소련전투기에 의해 피격돼 사할린 근해에서 폭파된 것으로 알려진 KAL 007기가 사실은 동해 해상을 순항중이던 미군함정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높으며,사고지점도 당초 발표된 사할린 남부 소야(종곡)해협보다 남쪽으로 6백㎞ 떨어진 일본해역내 일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프랑스의 르몽드지가 28일 보도했다.
르몽드지는 프랑스 사람인 미셸 브렁씨와 미국의 전직 외교관인 존 케펠씨 등 2명이 미 입헌정치재단과 공동으로 지난 5년 동안 조사를 벌인 끝에 이같은 가설에 도달하게 됐다고 밝히고,이들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물증과 증언 등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가르코프 소련 참모총장은 KAL 격추사건이 국제화 문제가 된 후 공식 브리핑에서 소련 공군기가 KAL기를 격추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르몽드지에 따르면 브렁씨 등은 사로 당시 소련측에 의해 이루어진 무선교신 내용을 분석,사고해역내에는 KAL기 외에도 수대의 미군정찰기와 2대의 미군함정이 있었으며 그중 적어도 3대의 미 정찰기가 소련측에 의해 격추됐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그중 한대가 당초 KAL기가 피격된 것으로 알려진 사할린 앞바다 모네론섬 상공에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동안 정상항로를 벗어나 있었던 KAL기는 사할린 상공에서 일본 나리타공항쪽으로 항로를 고쳐잡고 약 45분간 비행,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에 있는 쓰가루 해협에서 폭파됐다고 르몽드지는 그 두사람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브렁씨 등은 당시 동해상을 순항중이던 미 함정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하에서 사할린쪽에서 남쪽으로 비행하던 KAL기를 소련전투기로 오인,함대공미사일을 발사,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KAL기의 잔해가 발견된 해안에서 미사일의 파편으로 보이는 잔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르몽드지는 또 브렁씨 등이 KAL기의 잔해가 발견된 일본해역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해류가 흐르고 있어 사할린해역에 흩어진 KAL기의 잔해가 해류와 함께 북쪽에서 남쪽으로 밀려와 일본해역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미국측의 공식발표 내용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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