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좋은 시절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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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 들어 대중국 무역흑자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중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부품 및 원자재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이를 두고 과열 경기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취해온 긴축정책이 우리의 대중 수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주요 부품 공급기지로서 한국의 위상이 급속히 작아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7월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흑자는 120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25억2000만 달러)보다 4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또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늘 웃돌던 무역 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1~7월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10.8%에 그친 반면 수입 증가율은 19.3%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중국 무역흑자는 5년 만에 처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자칫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있는 셈이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2002년 중반 40%까지 치솟았으며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20%대를 유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미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에 중간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역시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동시에 뒷걸음질 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의 중국 출신 주시쿤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과열 억제를 위한 각종 긴축책을 잇따라 내놓음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조정이 이어지며 한국의 중국 수출도 움츠러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부터 집적회로.철강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물량 기준 수출 1위인 집적회로의 1~7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감소한 31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또 1년 전에 비해 철강 수출은 29.7%, 컴퓨터 및 자동처리기기는 1.7%, 석유화학 제품은 2.8% 각각 줄어들었다. 무역연구소 양평성 연구위원은 "현재의 추세라면 이르면 2011~2012년 대중국 교역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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