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비리 억제돼야 한다/피해자의 고발장치 마련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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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언론을 빙자한 사회악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아래 프레스카드제의 부활,「사이비기자 고발센터」의 설치등을 포함한 언론공해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우리도 현재 일부언론의 횡포와 비리가 더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와 그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한다.
6ㆍ29이후 언론의 등록제가 개방되면서 각종 언론매체들이 마구 늘어나 광고의 강요,출판물의 강매는 물론 약점을 이용한 금품수수행위까지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따라 기자직자체가 하나의 이권인 것처럼 비쳐지면서 가짜기자가 등장하고 심지어 기자증을 사고파는 사례마저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언론자유는 국민의 알권리와 감시기능을 보장해주는 민주사회의 요체이며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및 명예와의 조화속에서만 보장될 수 있는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언론의 횡포와 비리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화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그 방법이다. 공공의 이익이나 또다른 국민의 권리가 언론자유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안될 일이나 그것의 보호가 자칫 언론자유의 본질 자체를 해치는 것이어서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전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프레스카드제의 부활등 각종 규제조치의 일방적인 강화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프레스카드제는 과거와는 달리 편집인협회나 기자협회와 같은 언론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발급케하는 것이다. 얼핏 이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발급의 주체가 어디가 됐든간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언론에 대한 허가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것임은 부인할 길이 없을 것이다.
또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의도했든 아니든,과거의 예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겪은 바와 같이 카드의 발급대상에 대한 요건을 둘러싸고 불합리와 불공정을 낳을 것이며 법률적으로도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것이 언론의 횡포와 비리를 억제할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과거에 경험했듯이 기자의 취재에 응하기에 앞서 카드의 제시를 요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언론의 횡포와 비리를 막을 대책은 기본적으로 현행법규와 언론사들의 자율적인 조치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론에 대한 법적 규제가 불필요한 오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느슨했다면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힘입어 그 적용을 엄격히 하면 될 것이다.
다만 언론 스스로의 자율규제기능은 대폭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언론문제는 비단 지방 군소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만큼 중앙지를 포함한 모든 언론사들이 자율규제방안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비판에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국민의 각종 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하는 이상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굳이 법적ㆍ제도적 측면에서의 강화방안을 찾는다면 시민들이 필요할 때 즉각적이고 손쉽게 법적 구제와 보호를 받는 길을 보다 넓혀주는 선에서 그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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