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최근 성장 잠재력과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일본의 기술 우위와 중국의 가격 우위 사이에서 발생하는 제조업의 공동화 문제, 그리고 원천기술과 부품.소재사업의 취약으로 산업 간 연계고리가 약화되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급속도로 우리를 맹추격하는 중국의 존재는 가위 위협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0년간 6.1%에서 14.6%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3.3%에서 2.6%로 시장점유율이 낮아졌다. 한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도 2004년의 4.4년에서 지난해엔 3.8년으로 좁혀졌으며, 2015년에는 1~2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헤쳐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조속히 고도화하는 길뿐이다.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부품.소재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공급기지화, 신성장산업과 지식서비스산업 육성 등이 산업구조 고도화의 핵심이다. 한.미 FTA는 우리 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촉진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얼마 전 산업연구원(KIET)에서도 한.미 FTA는 관세 철폐와 비관세 장벽의 완화로 단기적인 무역창출 효과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론 한.미 간 산업 내 무역 확대와 기술.투자협력 강화를 통한 경쟁 촉진과 연구개발(R&D) 파급효과, 경제효율성 증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도 한.미 FTA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의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미 FTA 타결 후 우리 경제가 호전될 것이란 응답이 74.5%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65.2%가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은 23%에 불과했다.
한.미 FTA는 향후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중대 사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다만 '협상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양측이 '주고 받는 거래'인 만큼 일방의 이익만을 주장한다면 거래가 성립될 수 없다. 협상 자체를 무위로 돌리자는 일부의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다. 정부는 '이익의 균형'이라는 대전제 아래 한.미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지금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제안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모두 좀 더 멀리, 그리고 좀 더 넓게 내다보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