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찾아낸 기타 귀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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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귀재'로 통하는 '펀투(FunTwo)'의 전자기타 연주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인기를 얻은 것은 네티즌과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된 일이었다.

왼쪽 손가락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기타 줄을 오가고 오른손으로는 단 한번의 스트로크로 완벽한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등 연주의 정확성과 속도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기타리스트의 존재가 9개월여전부터 알려져온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펀투의 동영상은 꽤 알려져있었다.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그의 동영상을 보고 감탄해 주변사람들과 돌려보는 모습도 화제였다.

이쯤되면 이미 충분한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동영상 속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연주에 몰두하는 '얼굴 없는 천재 기타리스트' 펀투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인터넷에 오른 동영상의 제목은 '기타' 연주자는 '펀투'라고만 기록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말레이지아인이 펀투를 사칭하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펀투에 대해 '대만인이다 홍콩인이다'라는 국적 논쟁도 있었다.

취재진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음악인들을 통한 수소문 끝에 지난주 한국에 사는 평범한 대학생 임정현(22)씨를 찾아냈다.

임씨는 처음 e-메일 인터뷰에서 "제리C가 연주한 원래 동영상을 처음 봤을 때 너무도 놀라웠다. 제리의 홈페이지에서 악보와 사운드 트랙을 찾아가며 혼자 연습한 뒤 내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 한국의 인터넷 악기 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이 미국 사이트로 옮겨갔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한국에서 연주를 하는 임씨가 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인기를 얻은 뒤 본지 보도로 한국에 기사가 소개되며 스타 덤에 오른 이야기는 태평양을 왕복한 과정 만큼 복잡한 보도 경로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

임씨는 쏟아지는 찬사에 대한 소감 보다는 "나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며 겸손한 자세로 일관했다. 그의 노력과 정진을 기대한다.

미주 중앙일보 오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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