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뜨거운 퇴폐주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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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설날 연휴가 끝나고 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니 안방에는 10여권의 주간지들만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어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평소감수성이 예민한 자식들 때문에 늘 저질이라고 해서 말썽이 되고있는 주간지는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몇 페이지 넘겨보던 나는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얼굴이 굳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표제의 내용이 약속이나 한듯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것은 둘째고 벌거벗은 여배우·탤런트·가수·모델들의 난잡한 사진과 섹스기사로 가득찬 내용은 그야말로 얼굴이 화끈할 지경이었다. 이런 퇴폐적이고 말초적인 주간지를 제작한 관계자들의 의식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전·고속버스터미널 등 전국 방방곡곡 길거리 어디에서나 무차별 판매되고있는 이 주간지를 10대 아니면 20대 초반의 남녀 청소년들이 많이 보고 있다는 사실은 제작자들이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10여권의 주간지가 한결같이 벌거벗은 여자의 사진, 섹스기사, 극화라는 이름의 만화, 금주의 운세, 인기인의 스캔들, 카바레·나이트 클럽의 광고, 애인을 구해 준다는 내용, 남성고민 해결 운운하는 망측하고 외설스러운 내용들을 버젓이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섹스 얘기나 사창가 얘기가 있을 수 있다.
이 세상은 성인군자들만 사는 것이 아니요, 성인군자들 보라고 주간지를 만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에도 윤리강령이 있고, 주간지에도 윤리강령이 엄연히 있을 텐데 윤리는 어디 가고 무차별 광고와 외설 내용이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청소년들에게 해독을 끼치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마구 싣는데서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최소한 이 기사가 과연 사회에 이로운 것인가 하는 점 하나만 제대로 확인해 준다면 우리들의 주간지도 말썽의 대상이 안될 수 있는 날이올 것으로 믿는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긍지를 갖고 제작되는 건전한 주간지와 여성지도 분명히 있음을 밝혀두고 싶다.

<전남순천시장천동55의6 삼성생명 순천 리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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