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 원자재 값 내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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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원자재 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미국 등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원자재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등 투기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1년 넘게 이어져 온 원자재 값 상승 랠리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올 7월 배럴당 76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주엔 68.65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란 핵개발이란 악재가 나왔지만, 유가는 전날보다 32센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유가는 70.3달러로 마감했다.

금 값은 올 5월 한때 온스당 721달러로 2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7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30일에는 온스당 620달러로 주저앉았다. 구리 가격도 하향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3.3525달러를 기록, 5월 11일(4.04 달러) 최고치보다 17%나 빠졌다. 미국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최대 수요처인 건설회사들의 구리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니켈 값도 이날 3.5%나 급락했다. 비축 물량이 늘고 있는 데다, 니켈 공급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달 22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원자재 값이 급락하면서 원자재 값의 종합지수 격인 로이터 CRB 지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327.09로 떨어졌다. 올 3월 23일(324.60)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CRB지수는 5월 11일 365.45로 최고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7월 들어 빠른 하향세로 돌아섰다.

애스터 자산운용의 로버트 스타인은 "경기 둔화에 따라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면서 "인플레 우려가 줄어들면서 원자재 시장에서 빠져나온 헤지펀드 자금이 미국 국채 등 채권시장으로 이동해 원자재 값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도 서늘해진 날씨로 전력 사용 수요가 줄면서 이번 주에만 14%나 떨어졌다. 국제 곡물가격도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줄 기상이변이나 지정학적 위기가 없을 경우 중기적으로 유가 등 원자재 값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한 분석가는 "하락 요인이 많아 내년 초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란 핵문제 등 정치적.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원자재 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창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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