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당서기장직 사퇴 고려/미 CNN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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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고회의 의장은 계속 고수/미 국무 “단순한 소문에 불과”/주식시장선 주가하락등 민감한 반응
【워싱턴=한남규특파원】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겸 최고회의의장이 공산당서기장직을 사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30일 미 CNN텔리비전방송이 「정통하고 항상 믿을 만한」 소련공산당 소식통을 인용,모스크바발 기사로 보도했다.
고르바초프서기장은 지난 8일동안 모스크바 교외 자택에 머물며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30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트로프 동독총리와의 회담때문에 텔리비전에 모습을 다시 나타냈으며,2월5∼6일 개최되는 소련공산당 중앙위회의를 계기로 사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방송은 전망했다.
고르바초프서기장은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파병결정때 경험한 격렬한 저항과 정부공식 통계로도 1백25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내란진압 과정에서 발생한데 대해 심한 의기소침 상태를 겪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서기장직을 측근인 정치국원 알렉산더 야코블레프에게 맡기고 자신은 최고회의의장 자리를 고수함으로써 소련 통치를 유지할 것 같다고 이방송이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무부와 백악관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서기장이 당서기장직을 사임할지 모른다는 CNN TV보도에 대해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하고,『때문에 우리로선 그같은 상황에 대처해 어떤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도 부시행정부는 그같은 사태발전에 대해 「독자적인」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체니 미국방장관은 『아무것도 할말이 없다』고 말했으나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존재는 미소 관계개선에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무부는 당초 2월6일과 7일로 잡혀있던 베이커 미국무장관과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과의 모스크바회담이 8∼9일로 연기된 것은 소련정부 당국자들이 중대한 공산당중앙위회의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베이커장관이 진작부터 제의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관리들은 고르바초프 사임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전략핵무기제한협상등 군축회담이 지연되고 협정서명을 위해 6월로 예정된 미소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는등 동서관계개선에 변화가 생기지않을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사임가능성이 보도되자 미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은 주가하락,채권 및 달러화인상등 즉각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고르바초프 향배에 관해 엇갈린 전망들을 하고 있다.
공산권문제 전문가 대니얼 팹씨는 비록 고르바초프가 겪고 있는 곤경은 소련의 어느 국가지도자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는 수완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며 탁월한 전술가이기 때문에 쉽게 권력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역시 소련문제전문가인 로버트 헌터씨는 소련공산당은 현재 실제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공산당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고르바초프에게 남은 유일한 카드는 무력진압 등을 통한 문제해결후 「다시 시작하는길」뿐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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