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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불량자' 대신 '금융 연체자'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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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람은 일생 동안 사랑.우정.신념.이념 등 많은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그 가치들과 약속하고 이행해 가며 살아가고 있다.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는 경제활동의 결과를 반영한 것인데 왠지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번 따져보자. 그동안의 사랑은 헌신짝 버리듯 돌아서는 일부 젊은층이나 불법.탈법을 일삼는 일부 기업인들, 공약을 밥먹듯 어기는 정당이나 일부 정치인들이야말로 인격적 '신용불량자'들 아닌가. 그래서 이 용어는 경제적 영역에만 한정된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신용불량자를 '금융 연체자'로 부르면 어떨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이 없거나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것이 결코 자랑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인생 모든 면에서 신용이 나쁜 '인격불량자'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언어의 긍정적 순화는 필요하다.

이종오 <63638@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