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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어민들 어획 감소로 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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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여름 잦은 비로 수온이 낮아지면서 충남 서해안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이 울상이다.

서산수협에 따르면 꽃게 금어기(7~8월 산란기)가 풀린 지난달부터 안흥항 위판장에 들어 오는 꽃게는 하루 1~2t 수준으로 지난해 이맘때 1백여t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

위판장 관계자는 "하루 3~5t씩 잡던 배들이 올해는 50kg도 못잡고 있다"며 "어획량이 줄다보니 경매가격은 지난해의 두배 이상으로 치솟아 kg당 2만2천원선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꽃게 반입량이 적은 것은 최근 몇년새 처음"이라며 "여름에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수온이 낮아져 어군 형성이 부진했던 데다 해파리떼가 기승을 부리면서 플랑크톤을 잡아 먹어 바다속 먹이사슬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바다 밑바닥을 뒤흔들어 플랑크톤 서식을 왕성하게 하는 태풍이 올해 서해안을 지나가지 않은 것도 어획량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게다가 낮은 수온 등 이상기후 탓에 꽃게들이 알을 품은 채 산란 못한 경우가 많아 다음달도 꽃게잡이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대하(왕새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면수협에 따르면 요즘 국내 최대 대하 집산지인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위판장에 들어오는 대하는 하루 평균 1백50㎏으로 지난해 이맘때(2백10㎏)에 비해 29%나 감소했다.어획량이 줄면서 값은 올라 위판장 낙찰가격은 ㎏당 5만7천원에 형성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난 3일부터 시작돼 16일 끝난 안면도의 백사장항 대하축제에선 업소들이 자연산을 구하지 못해 대부분 양식 대하를 팔아야 했다.

오징어도 지난 7~9월 성어기에 안흥항 위판장에 들어온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45만상자(상자당 20마리)에 비해 18% 감소한 37만상자에 그쳤었다.

어민 김복진(51.태안군 근흥면)씨는 "해마다 이맘때면 서해안 포구들이 꽃게.대하잡이 어선들로 붐볐는데 올해는 적막감마저 든다"며 "꽃게잡이 어선의 경우 이미 대부분 놀래미 등 활어잡이로 전환했으나 그마저 어황이 신통치 않은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산.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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