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노트정리 봐주고 시험지도 함께 분석 아이 '학습 매니저'가 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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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자녀의 학습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뒤처진 아이를 보면서 부모가 끌어주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칫 부모의 관심이 지나친 간섭으로 느껴져 아이가 아예 학습 의욕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마냥 바라만 볼 수도 없다. 결국 부모들은 적절한 선에서 효율적으로 아이의 학습 의욕을 자극하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에듀플렉스 권혜연(사진) 인재개발팀장은 "부모는 자녀의 뛰어난 학습 매니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최근 펴낸 '공부 잘하게 하려면 부모부터 변해라'라는 책을 통해 "자녀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부모가 아이의 학습에 어떻게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양대 대학원(석.박사과정)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현재 '학습 컨설팅'관련 일을 하는 그를 만나 부모의 자녀 학습지도 비결을 물어봤다.

-부모가 자녀의 학습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나.

"부모는 최고의 선생님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초등학생 때까지의 얘기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 내용이 어려워져 부모가 직접 학습지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학생 이상이 되면 자녀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도와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 이때 자녀의 학년, 학습 능력, 사고 능력, 의지 등을 잘 살펴 맞춤형 조언을 해야 한다. 예컨대 중1의 경우 자녀의 공책이나 교과서만 보아도 학습 습관의 잘못이 무엇인지 쉽게 드러나므로 학습 태도를 다잡아 주는 데 공을 들이는 게 좋다. 중2가 되면 시간표를 자신의 일정에 맞게 잘 조정한다든지, 암기 노트를 만들거나 오답 정리를 하는 등의 학습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 준다."

-자녀의 학습을 돕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공부를 잘 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자녀에겐 반드시 이유가 있다. 학습 동기가 부족한 것이다. 공부를 잘 하려면 공부하려는 마음가짐부터 갖게 해야 한다. 부모가 인생에서 직접 느끼고 생각해 온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 보는 게 한 방법이다. 다음엔 계획을 짜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열심히 해서 실천할 수 있는 학습량의 80% 정도만 계획에 반영하도록 한다. 무리한 계획은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게 한다."

-자녀의 학교 시험은 어떻게 도와주나.

"자녀의 성적 향상을 바란다면 시험 후 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시험을 마친 후 자녀가 시험 볼 때의 기분,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갔는지, 문제를 푼 후에 재검토를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또 시험지 분석을 통해 학습량이 부족했는지, 세심하게 공부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는지, 어려운 문제였는지, 덤벙거리고 문제를 풀어서인지 등 원인을 찾아 본다. 원인을 모르면 성적 향상에 늘 한계가 있다."

-갈등없이 학습지도를 하려면 자녀와의 대화 기술도 중요한데.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대화를 하려면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는 '실천 약속 받아내기'다.자녀 스스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하도록 한다. 의지를 강하게 하는 방법이다.두 번째는 '변명 대처하기'다. 아이의 변명에 부모는 발끈해 더 크게 꾸짖거나 따져 묻기 일쑤인데 대화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악수다. 부드러운 대화를 통해 자신의 계획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실천이 어려운 것인지 등을 잘 헤아려 봐야 한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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