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돈내고 TV 출연”/검찰 연예PD 수사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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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매니저들이 PD횡포 털어놔/“관례화 된 금품제공 거부 못해”
방송 PD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항간에 떠돌던 방송출연 등을 둘러싼 거액의 금품수수 사실이 특정 PD들에 국한된 비리가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연예계 폭력에 대한 수사로 시작된 방송가 비리수사는 검찰이 수사확대방침을 밝혀 이번 사건은 앞으로 방송가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PD들의 금품수수 사실은 연예계주변 폭력배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일부 연예인ㆍ매니저들의 진술을 통해 폭로되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이 관리하는 가수 등의 출연료를 가로챈 혐의를 받은 일부 매니저들은 『가수들을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서는 거액의 돈을 PD들에게 상납할 수밖에 없었다』며 관련 PD들의 횡포를 시정해 주도록 검찰에 요구한 것이 이번 수사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이에따라 검찰은 방송계 전체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로 하고 1차로 지난 22일부터 MBC PD 신승호씨(42) 등 6명을 소환조사,이 가운데 1∼2명만을 구속하고 전체 PD들의 범죄사실 경중에 따라 구속범위를 정하려 했으나 금품수수액수가 일반의 상식을 넘어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24일밤 방침을 변경,1차로 6명을 전원 구속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25일 영장이 청구된 신씨 등 6명이 받은 사례비 등이 현재 1억7천만원으로 밝혀졌으나 이 액수는 해당 PD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앞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사례비총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배임증재 혐의로 입건된 가수 양수경양과 최성수씨의 매니저 변두섭씨(31)는 검찰에서 『PD들이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가수들만을 일방적으로 출연시키거나 노래를 방송해 주는 것이 가요발전을 저해해왔다』며 『매니저로서는 관례화된 금품제공을 거부할 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씨의 경우 가수 최성수씨로부터는 수입의 30%를,양수경양으로부터는 50%를 매니저 수입으로 받아 이 돈 가운데 지난해 한햇동안에만 1천2백여만원을 PD들에게 상납했다고 진술했다.
또다른 한 매니저는 『가수들의 경우 방송출연 횟수에 따라 카바레 등 밤무대의 출연료가 정해지는 실정에서 인기연예프로 담당PD에게 사례비를 건네주지않는 매니저는 연예계에서는 도태당할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검찰은 신씨의 경우 『올스타쇼』 PD로 재직하며 87년부터 지금까지 가수 이선희ㆍ주현미ㆍ김완선ㆍ최성수ㆍ최진희ㆍ설운도ㆍ현철ㆍ민혜경ㆍ혜은이 등 26명의 매니저나 가수 본인으로부터 모두 5천4백6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매니저들은 검찰에서 『평소 방송출연은 물론 가수가 신곡을 취입,레코드가 나와 이를 담당 PD에게 소개할때는 몇백만원씩을 건네주어야 며칠뒤 신곡이 방송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입건된 이상기씨(47ㆍ재미교포가수 피터 야마구치씨의 매니저)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노래를 부른 피터씨를 국내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지난 한햇동안 연예계 대부 이모씨를 통해 1억여원을 뿌렷으나 효과가 없자 이에 반발,관계요로에 항의하기도 했으며 이에따라 연예계 대부 이씨는 최근 미국으로 도피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PD 집단구속은 방송사상 이번이 두번째로 지난 75년에도 검찰이 방송출연가수 등으로부터 「인기유지료」명목으로 한 차례에 1만∼3만원씩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PD 7명이 구속됐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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