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 스틸파트너스와 결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발빼기 수순인가, 아니면 저가 매수를 위한 고도의 전략인가.

공동의결권을 행사하며 KT&G를 압박, 2조8000억원의 주주환원 정책을 끌어냈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가 22일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종료한 것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 지분(7.68%)이 아이칸(4.87%)과 스틸파트너스(2.81%)로 분리돼 5% 룰(지분변동 공시의무)에서 벗어난 만큼 자유롭게 지분을 매각해 KT&G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관측이 첫번째다. 반면 결별 발표로 주가 약세를 유도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단 시장은 이들의 결별을 악재로 받아들여 KT&G의 주가는 이날 급락했다. 28일 KT&G는 전날보다 2900원(4.92%) 떨어진 5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 아이칸 연합은 왜 결별했나=아이칸 연합의 결별을 '목적 달성 후 해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의 결합이 처음부터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인상 등 주주가지 제고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적 제휴였던 만큼 요구가 받아들여진 이상 더 이상 협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당초 요구했던 담배인삼공사 상장이나 부동산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짐에 따라 더 이상 취할 행동이 없다는 것도 이들의 관계 청산에 한몫을 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주 연구원은 "아이칸 연합은 지분 9%를 보유한 프랭클린 템플턴과의 연대 덕분에 더욱 위협적이었는데 담배인삼공사 상장이나 부동산 매각 이슈가 사라져 연대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향후 주가는=이날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이칸 연합의 결별이 단기 악재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송지현 연구원은 "아이칸 연합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커 수급 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자사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 이 연구원도 "아이칸 연합이 KT&G에서 거둔 수익률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매각으로 인한 차익 실현보다 오히려 저가 매수해 향후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수익률 챙기기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