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탁구 붐 조성에 한국도 "한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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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탁구스타 유남규(유남규·22·동아생명)가 90월드올스타 서키트(24∼30일·일본)라는 급조된 대회 출전을 위해 22일 출국한다.
국제탁구연맹 (ITTF)이 주관하고 일본탁구협회가 주최하는 이 대회에 초청된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를 비롯,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스웨덴의 얀오베 발드너(25), 중국의 새로운 에이스 마원커(24), 그리고 지난해 연말 스웨덴오픈에서 우승,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북한의 이근상(18) 등 세계강호 8명.
5개 도시를 순회하며 반복하는 토너먼트당 2만5천달러라는 거액의 우승 상금이 걸려있다.
초청을 거절하기 힘든 흥미 있는 국제대회다.
그러나 이 대회를 창설한 일본의 속셈은 다른데에 있다.
대회기간중인 29일 경동의 신코린 프린스 호텔에서 펼치는 유와 발드너의 탁구 디너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세계선수권자의 대결, 그리고 일본인들이 깜박 죽는다는 감미로운 프랑스요리를 제공하는 탁구디너쇼의 입장료는 1인당 3만엔 (약 15만원).
8천명이 초청돼 수익금만도 2억4천만엔 (약 12억원)이나 된다.
60년대엔 세계 최강이었으나 70년대 중반이후 쇠퇴를 거듭,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일본탁구는 91년 세계선수권(지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의 부활을 목표로 최근 10억엔의 중흥기금 마련을 선언했다. 이번 대회와 탁구디너쇼도 바로 그 일환으로 계획된 것이다.
오기무라 이치로 ITTF회장이 자신의 위치를 최대한 활용, 88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보이콧이후 일본과 탁구교류를 끊었던 북한(이근상)을 끌어들이는데도 성공, 외교력까지 가미된 뛰어난 상술(상술)을 유감 없이 발휘, 일본 스포츠의 저력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시바시 일본문부성장관, 쓰쓰미 일본올림픽위원장, 요시쿠니 프로야구커미셔너를 포함, 정치·경제·예능계 유명인사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하여 발기인으로 나서는등 이번 행사를 요란하게 지원하고있다.
이에 비해 최근 우리 탁구계에서는 국내 최강자들의 각축장으로 팬들의 관전 흥미를 높여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로 창설된 제5회 탁구최강전 1차대회를 비용절감과 운영편의를 위해 인적도 드문 시골 숲 속의 기흥 훈련원에서 개최,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일본탁구의 기금조성을 위한 디너쇼에 자선 출연하는 유남규, 그리고 한국탁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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