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냉각용 중수 제조공장 문 열어…이란, 핵무기 개발에 한발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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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사회가 이란 핵 프로그램에 우려를 나타내는 가운데 이란이 26일 핵무기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냉각할 때 사용되는 중수 제조 공장을 개장했다.

수도 테헤란에서 190㎞ 떨어진 콘다브 지역의 아라크 핵단지에 문을 연 이 공장은 연간 16t의 중수를 공급하게 된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 매년 필요한 중수 80t의 20%에 해당한다.

서방 외교관들은 중수 생산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 원자로를 가동할 때 이 중수가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란은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아라크 핵단지에 실험용 중수로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이를 가동해 핵탄두 제조에 쓸 수 있는 플루토늄을 얻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무기 개발 의혹이 있다며 이 중수로 원자로의 건설을 철회하라고 이미 이란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개장식에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참석해(사진) "우리 핵 프로그램은 적국인 이스라엘을 포함해 어떤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국민은 평화적 핵시설을 공격당할 경우 무력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핵개발 포기 요구를 다시 한번 거부한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 핵 결의안에서 명시한 우라늄 농축 중단 시한인 31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서다.

이란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제시한 핵문제 해결 협상안도 22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미국은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자산동결을 포함한 대이란 제재 결의안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31일의 시한이 끝나면 우리는 자산동결뿐 아니라 이란 주요 지도자들의 방문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독자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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