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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경북 봉화 각화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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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는 경상도 땅이다. 하지만 강원도 냄새가 짙게 난다. 태백시와 영월군 남쪽에 맞붙어 있어서인지 강원도나 다름없는 험준한 산악 지대가 대부분이다.

청옥산.묘봉.오미산.비룡산.각화산.왕두산.시루봉.옥돌봉.문수산.장군봉 등 해발 1천m가 넘는 고봉만 10여개다. 게다가 봉화군의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태백산을 거쳐 내리뻗은 백두대간이 신선봉(1천3백5m)~구룡산(1천3백46m)~도래기재~옥돌봉(1천2백42m)~박달령~선달산(1천2백36m)을 이어 달린 다음, 소백산으로 웅대한 산줄기를 넘기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봉화 북부 지방의 산세는 깊고도 험하며 평균 기온이 매우 낮다. 백천계곡이나 반야골 등지의 단풍이 설악산 계곡보다도 일찍 물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백산과 신선봉을 잇는 백두대간에서 남쪽으로 5km 지점에 각화산(1천1백77m)이 솟았다.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 산이 아니지만 남쪽 자락에 고찰 각화사를 품은 점으로 보아 명산임에 틀림없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각화사는 보물급 문화재를 거느리지는 않았으나, 짙은 숲에 휩싸여 산사의 정취가 물씬하다. 지금의 규모는 아담하지만 조선 정조 때는 8백여 승려가 수도한 거찰이었다고 전한다.

각화사는 예부터 난리.기근.질병이 없는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로 꼽혀 왔다. 이 천혜의 지형을 이용해 절 북쪽 3km 지점에 태백산사고(太白山史庫)를 설치하고 60명의 수직군(守直軍)과 20명의 승군(僧軍)이 각화사에 배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1910년 무렵 일본군과 의병이 이곳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면서 태백산사고 건물은 불타 없어졌다.

각화사는 사시사철 운치가 빼어나다. 절 주위를 감싼 높은 산들과 울창한 수풀이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특히 2km 남짓한 진입로는 차 타고 휙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다. 그이와 함께 손잡고 거닐기에 딱 좋은 아름다운 숲길이다. 각화사 오솔길은 꽃 피는 봄이든, 녹음 짙은 여름이든, 흰 눈 덮인 겨울이든, 철따라 색다른 낭만을 선사하지만 무엇보다 가을 풍경이 인상적이다.

각화사의 가을은 길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월 10일 무렵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20일께에 절정을 이룬다. 그러다가 10월 말이 되면 빨간 단풍은 대부분 시들거나 떨어지고 노란 색조의 단풍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붉지 않으면 단풍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각화사의 가을을 찾는다면 그런 편견은 깨끗이 씻길 것이다. 오솔길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빛 단풍, 그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붉은 색조와 상록수의 푸른 빛, 그리고 계곡 위로 소복소복 쌓인 낙엽…. 그이와 함께라면 새록새록 사랑이 깊어 가리라. 한데, 왜 이리 한적하기만 하지?

신성순

◇ 드라이브 메모=서울에서는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제천 우회로~38번 국도~영월 88번 국지도(국가지원 지방도)~고씨동굴 입구~각동리~석현리를 거쳐 각화사로 간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약 2백40km, 3시간30분쯤 걸린다.

부산에서는 경부고속도로~금호 나들목~중앙고속도로~영주~봉화~춘양~각화사, 대구에서는 중앙고속도로(이후 부산과 같은 길), 광주에서는 88올림픽 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이후 부산과 같은 길), 대전에서는 경부고속도로~김천 나들목~중부내륙 고속도로~상주~예천~봉화~춘양~각화사.

대중교통=동서울 터미널에서 춘양으로 가는 직행버스 하루 6~7회 운행, 다섯 시간 소요. 춘양에서 각화사 입구까지 시내버스를 탄 뒤에(15분 소요) 40분쯤 걷는다.

숙식 정보=각화사 일원에는 별다른 숙박 시설이 없고 춘양에는 동아장여관(054-672-3109)이 있다. 춘양을 거쳐 울진 쪽으로 가다가 현동에서 태백 방면으로 12.5km 가량 달리면 청옥산 자연휴양림과 만난다. 단풍이 늦가을 정취를 한껏 돋우는 곳으로 산림문화 휴양관이 편안하다. 1층은 단체용으로 공동 취사장을 갖추었고 2층은 가족용으로 방마다 싱크대가 있다. 054-672-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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