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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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방외교와 대미외교는 기본 성격상 갈등과 보완의 양 측면을 갖고 있다.
미소관계가 친밀해지면 미국은 우리의 북방외교를 묵인 내지 지원해줄 것이지만 소원해지면 제동을 걸 것에 틀림없다.
북방외교의 초기에는 미국과 정책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동구권 국가와 접촉하는 바람에 미국 측이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북방외교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갈등요소는 차차 사라지게 됐다.
우리의 북방외교가 지난해 헝가리·폴란드·유고와의 수교와 소련과의 영사처 개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동구권의 개혁·개방물결과 미소간의 신 데탕트 조류에 힘입은 바 크다.
따라서 90년대 초반에는 북방외교의 국제적 환경이라 할 수 있는 미소관계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방외교 추진과정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순탄하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소관계가 언제까지나 좋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정부는 북방외교를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재미학자 등을 이용, 적극적인 대미 홍보정책을 세워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안보와 군사협력 문제를 논의할 때도 쫓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주권국가로서 아시아의 지역안보 문제를 분담한다는 관점에서 능동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련과의 수교과정에서도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태도는 피해야 할 것이다.
북방외교와 한미관계를 놓고 어느 것을 우선 시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소련·중국과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미국의 보호 틀 속에서 벗어나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이 양측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90년대 한국외교의 과제라 볼 수 있다.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친다면 미국은 한국의 대중접근에 협조할 것이며 소련과의 수교도 묵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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