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공산당 불법화 결정 번복/임시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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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4시간만에… “성급한 발표였다”/사형제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쿠레슈티 APㆍAFPㆍ로이터=연합】 일리에스쿠 루마니아 임시대통령은 13일 공산당을 불법화하겠다는 자신의 12일 발표가 「성급한 결정」이었다면서 이를 24시간만에 번복,공산당 불법화문제를 오는 28일 사형제 부활문제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발표했다.
임시집권기관인 구국전선위원회의장인 일리에스쿠는 전국TVㆍ라디오방송을 통해 『우리는 그같이 결정했다』고 말함으로써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쿠가 몰락한후 3주일이 되는 루마니아의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리에스쿠 대통령은 12일 부쿠레슈티 시민들이 임시정부에 반대하는 가두시위를 벌이자 분노한 데모군중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산당불법화를 발표했으나 13일 방송을 통해 『그 조치는 민주주의 정신에 배치되는 성급한 결정이었으며 우리는 군중들의 요구에 그런 식으로 굴복한데 대해 비난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구국전선위원회는 어떤 정당의 지도적 역할에도 반대하며 우리는 아주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할 과제를 독재체제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극적인 순간에 처해있으므로 인내ㆍ지혜ㆍ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리에스쿠 대통령은 또 경제적 난관과 어려움을 구정권으로부터 이어받았으며 국민은 모든 것을 신속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구국전선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압력으로 일부 위원은 사임할 것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그렇게 할 경우 무정부상태와 혼란을 초래,독재와 국난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깨닫고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산당을 일방적으로 불법화하면 구국전선은 위험한 반민주적 선례를 남기고 공산당원들이 「순교자」가 될 것이라는 공산당 불법화 반대여론도 적지않다.
한편 루마니아군의 한 고위 장교는 14일 여론의 압력에 밀려 지역 구국전선위원회 지도자들이 퇴진한 뒤 루마니아군이 티미시와라시를 접수,권력을 장악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티미시와라지역 군사령관 게오르게 포페스쿠장군(65)은 이날 루마니아군은 오는 19일 새로운 지역관리들이 선출될때까지 이 지역을 민간인들과 함께 통제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는 차우셰스쿠의 독재를 군사독재로 대체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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