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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탈북자 중 18명 조만간 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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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국 방콕에서 경찰에 연행된 탈북자들이 24일 버스에 실려 이민국으로 호송되고 있다. 현재 이민국에 억류 중인 탈북자 175명 중에는 어린이가 10명 포함돼 있으며, 여성이 128명, 남성이 37명이다. 태국 이민국 관계자는 "올해 들어온 탈북자가 이미 400명을 넘어섰으며, 연말엔 1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콕 AP=연합뉴스]

태국 방콕 경찰에 연행된 탈북자 중 유엔에 의해 난민 지위가 인정된 18명이 조만간 한국에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탈북자들은 한 달쯤 뒤 출국할 전망이다. 이들 중 136명은 24일 오후 태국법원에서 밀입국 혐의로 약 15만원씩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벌금을 내는 대신 구류를 산 뒤 현지 사법.외교 절차를 거쳐 출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적지는 이들이 바라는 대로 한국이 될 것이 확실하다. 태국 정부는 앞으로 탈북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국경 경비와 탈북자 지원 단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 약한 벌금형=방콕 법원은 22일 연행된 탈북자 175명 중 136명에 대해 각각 6000바트(약 15만원)의 벌금형을 24일 선고했다. 17세 미만 미성년자 23명은 이날 재판에서 제외됐다.

또 방콕 주재 유엔 난민구제고등판무관실(UNHCR)이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가지고 있었던 16명 등 18명은 재판을 받지 않고 이날 오전 석방됐다. 탈북자 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유엔에 의해 난민 지위가 인정된 16명과 이전에 태국 이민국에 억류돼 있다 출국 수속을 밟아온 또 다른 탈북자 2명 등 모두 18명이 금명간 한국으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벌금형을 받은 탈북자들은 벌금을 낸 뒤 UNHCR에서 실시하는 난민 심사에서 난민 자격이 부여되면 원하는 국가로 출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벌금 낼 돈이 없어 벌금액에 해당하는 한 달 남짓 구류를 살아야 한다. 태국 법은 벌금을 내지 못하면 하루 200바트(약 5000원)씩 계산해 구치소에 억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태국, 탈북자 지원단체 수사=태국 경찰이 175명의 탈북자를 한꺼번에 연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탈북자가 태국에 첫 밀입국한 199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5년간 비공개 사법절차를 거쳐 탈북자를 신속하게 한국으로 보냈던 것과는 달리 공개 재판에 회부한 것은 앞으로 탈북자 문제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탈북자들의 태국 유입을 가능한 한 막겠다는 뜻이다.

태국 이민국 관계자는 "지난해 80명 정도에 불과했던 탈북자가 올해는 벌써 400명을 넘어섰다"며 "이런 추세라면 연말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용시설과 예산 부족으로 더 이상 탈북자를 받을 수도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태국 내 한인단체들은 지난해에만 수백 명의 탈북자가 태국에 밀입국했고 그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키티 와시논드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국경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돈을 받고 탈북자들을 밀입국시키는 조직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주 태국 경찰은 북부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도시인 치앙라이의 한인단체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등 태국 내 탈북자 지원단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영자신문인 네이션은 24일자 사설에서 "태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처벌하고 추방할 게 아니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국은 51년 발효된 유엔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난민 지위를 독자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엔이 난민 지위를 인정하면 그들에게 출국 허가만 내주고 있다. 이와 관련, UNHCR은 "연행된 탈북자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사법 처리를 통한 해결보다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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