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도 '뒷문 단속'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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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거래소 시장의 우회상장 요건이 코스닥 시장 수준으로 강화된다. 또 부실 코스닥 상장사의 퇴출이 빨라지고, 자본금을 까먹은 기업이 상장 유지를 위해 편법으로 감자(減資)할 수 없게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시장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 9월 중 시행한다고 밝혔다. 6월 코스닥 우회상장 요건을 강화한 후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거래소로 우회상장이 쏠리자 금감위가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본지 8월 23일자 E8면>

금감위에 따르면 2002년 한 건도 없던 거래소의 우회상장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건, 2005년 3건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5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지난해 67건, 올 들어 7월까지 38건에 달했던 코스닥 시장의 우회상장은 요건이 강화된 6월 이후 단 한 건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이후 거래소를 통해 우회상장한 8개 기업은 모두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에서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우회상장 기업 8개사의 매출액 평균은 170억원으로 2005년 거래소 신규 상장기업 평균 매출액 2562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매출액이 전무한 기업도 있었다.

금감위 김용환 감독정책2국장은 "우회상장은 시장을 통한 부실기업 정리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건전한 인수합병(M&A)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래소 우회상장 개선안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코스닥 시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되 일부 요건은 거래소의 현행 합병심사 요건을 감안해 달리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현행 합병심사 요건은 ▶영업이익.경상이익.당기순익이 나야 하고▶최근 사업연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 이상이거나 3년을 합해 10% 이상▶영업이익.경상이익.순익 중 적은 금액이 최근 사업연도에 25억원 이상이거나 3년 합계가 50억원 이상▶최근 3년간 감사의견 적정 등이다.

금감위는 또 코스닥 상장 기업의 퇴출 심사기간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1년에 한 번씩 하던 부실기업 관리종목 지정을 6개월에 한 번씩으로 늘리고, 자본잠식이 1년 동안 계속되면 즉시 퇴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자본금을 다 까먹은 기업이 자기자본은 늘리지 않고 감자를 통해 장부상 숫자만 개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저 자기자본(10억원) 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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