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하는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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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선을 다한 삶은 진정 가치있는 인생일 것이다. 나는 소망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많다.
푸른시절, 20년전에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유학을 가기로 돼있었고 또 열애끝에 결혼도 해야 했다. 그당시에는 두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가정생활을 택해 그곳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10년계획을 세우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여자로, 옆도 못 보고 일만하며 살아왔다.
나는 결혼을 하면서부터 여러 모습의 인생을 살아야만 했다. 밤을 새우면서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 결혼했기 때문에 그전보다 2배의 노력을 하며 화업을 유지시켰다. 그후 아기가 태어나자 혼돈 그 자체였다. 나는 그때 다시 3배의 노력을 결심했고 실제 3배로 뛰었다. 그결과 둘깨아이가 생기기전에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둘째가 태어나고는 4배의 노력을 기울일 결심으로 맹렬히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열흘후부터 그림을 그렸다.
예술인·아내·어머니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남이 한바퀴 도는 동안 나는 몇바퀴를 돌았고 항상 뛰면서 순간 순간들에 성실히 몰두해야만했다. 작품을 할 때에는 작품만이, 애들을 볼때는 애들만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면서 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 충실히 몰두하는 습성이 생겼고 그것이 나의 가치판을 어느정도 만든 것 같다. 지금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을 즐겨하고, 힘들게 일해 얻어지는 것에 사랑을 기울이고, 고난을 극복하며 빛나게 일어서는 삶을 나는 동경한다.
어쩌면 해방둥이로 태어나 피난살이도 하고 큰 격동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자란 때문에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가진 여자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같은 경험이 나로 하여금 자유와 힘의 생명을 창조하는 나의 그림세계로 가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채찍질해준다고 믿고 있다. 역경과 고난은 경우에 따라 더 큰 발전을 약속하는 청신호가 된다.
모두가 찾는 저 높은 곳의 진실에 도달하려면 굳은 의지와 겸허한 마음으로 꾸준히 찾아가야 하고 끈질기게 기다리고 참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오늘도 이 멀고 길고 고달프며 외로운 길에서 서너배의 노력을 또 결심하고 10년을 다시 계획하면서 90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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