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전국체전서 재기한 공기소총 선수 최대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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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격 공기소총은 지름 0.5mm의 점을 맞추는 종목이다. 10m 떨어진 사선에 서면 이 점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격발을 할 땐 숨도 쉬지 말아야 한다.

경북 울진군청소속 사격선수인 최대영(崔大映.22)선수는 원래 심장이 약하다. 1분당 심장 박동수가 보통 사람보다 10회 이상 많고, 긴장하면 두 배를 넘어선다. 사격 선수에게는 최악의 조건.

하지만 崔선수는 지난 13일 전북 임실사격장에서 벌어진 제84회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본선에서 3백98점(4백점 만점)을 쏴 강초현(갤러리아).서선화(국민은행)선수 등 국가대표들과 공동 2위로 결선에 나선 그는 결선에서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결국 7.8발째 만점(10.9점)을 쏴 합계 5백2.3으로 강초현(5백1.8점)선수를 0.5점 차로 따돌렸다.

崔선수는 그간 '비운의 총잡이'로 불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공기소총 결선에서 그는 3발째까지 선두권을 달렸다. 그러나 4발째를 쏘는 순간 사격복 단추가 떨어져나갔다.

딱딱한 대나무를 넣어 총을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사격복이 헐렁해지면서 페이스를 잃었다. '우승후보 0순위'였던 崔선수는 결국 7위에 그쳤다. 그 사이 동료 강초현 선수는 금메달보다 더 극적인 은메달을 따내며 '신데렐라'가 됐다.

주위에선 "동료 사격선수와 연애를 하더니 정신력이 흐트러졌다"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崔선수는 "바닷가에 있는 언니네 아파트에서 확 떨어져버릴까 생각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오랜 방황 끝에 崔선수는 지난 1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최고 대우를 받던 소속팀을 떠나 자신을 키워냈던 이효철 감독이 있는 울진군청의 문을 두드린 것. 자존심만 세울 수 있다면 돈은 필요없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그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고, 안정을 되찾자 기록도 좋아졌다.

崔선수는 이제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복수'를 꿈꾼다. 두 명이 출전하는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崔선수는 "자신은 있지만 자만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만점 과녁을 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전주=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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