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웅씨<일산출판단지건설 추진위원장>|″출판단지 건설 주춧돌 놓듯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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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 불과 10여명의 출판인들이 모여 출판문화 산업단지 건설구상을 발표하고 얼마 후 이들이 중심이 되어 다시 건설추진위원회를 발족, 사업계획을 구체화시켰을 때만해도 그 일의 진척이 이처럼 빠르게 이루어 지리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출판계 안과 밖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업성사 여부에 깊은 회의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동안 그분위기에 눌려 발의자들 조차 전망을 확신하지 못한 채 『언젠가는…』이란 다소 풀 꺾인 대응자세로 사업추진의 지연을 감수하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일산신도시개발 기본구상 안에 출판단지 건설이 포함되면서 허황된 꿈으로만 여겨지던 이 사업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이제는 구체적인 계획의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될 실무단계로까지 사태가 발전했다.
출판문화산업단지건설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사업추진의 견인 역을 담당해온 건설추진위원장 이기웅씨(열화당대표)의 행보가 바람소리를 낼만큼 바빠지게 된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다.
『그 동안은 사업자체에 회의와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설득하는 게 일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행히 그 설득작업이 제대로 맞아떨어져 출판단지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는 확보된 상태인 만큼 이제는 출판관련 종사자들의 중의를 바탕으로 실무 선에서 하나하나 주춧돌을 놓아나가는 일이 시급하게 됐습니다.』
현재 건설부장관 앞에 제출돼 있는 국토개발연구원의 일산신도시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출판단지의 규모는 신도시남동부 진입 부에 책정해놓은 20여만평의 상업업무지역 중 약 5만 5 천평이다.
이는 건설추진위 측이 당초 요구했던 15만5천평(주거공간을 빼면 11만평)을 크게 밑도는 규모지만 건물을 고층화하고 단지 곁에 붙게될 공원부지 안에 도서전시장·도서관·박물관 등 출판관련 시설들을 지어 인근을 특화 시키면 충분히 보전될 수 있는 약점이라고 이 위원장은 설명한다.
출판문화산업단지의 건설에 대한 이 위원장의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추진 위에는 현재 2백개 사가 가입, 각 사에 1천만원씩 총 20억원의 추진기금이 은행에 적립돼 있으며『금년 안에 3백개 사를 채워 30억원의 기금을 확보하고 그 이자과실로 사업을 끌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건설부에서 신도시개발계획이 확정되어 현재의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출판단지건설에 소요될 예상액수는 약 2천억원에서 3천억원. 회원 1개사가 평균 10억원씩을 출연해야 한다는 계산이지만 이것도 합리적인 선에서 대형·영세업자들의 투자액을 조정해간다면 재원마련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이씨는 전망했다.
『오는 2월말까지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자금동원능력, 그들이 쓰고자하는 용지의 면적, 이주희망종업원의 수 등 출판단지건설에 필요한 실질적 데이타를 내기 위해 앙케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자료로 공표 할 예정입니다.
또 사계의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 연구·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사무국기능을 강화한다는 뜻에서 직원을 현재의 2명에서 5명 정도로 늘릴 것입니다.』
깐깐하고 여문 성격의 이 위원장은 가냘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일에 달라붙으면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불같이 밀어붙이는 뚝심의 인물로도 정평이 나있다. 출판단지건설에 매달리다 보니 일념으로 미술전문서적만을 내오던 자영출판사 열화당의 일은 뒷전에 묻어둔 상태다.
시간을 많이 뺏길 뿐 아니라 출판사주에게는 가장 중요한 필자접촉이 우선적으로 제한 받기 때문인데 『단지사업이 곧 출판사일』이라는 생각으로 자위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민간의 자발적 제안이 정부에 수용되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현 되기는 이번의 출판문화산업단지건설이 처음입니다. 이것이 선례가 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민간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제안들이 정책에 충실히 반영되는 풍토가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출판계발전의 거점이 될 출판도시건설의 주인공역을 맡아 누구보다 90년을 바쁘게 뛰어야할 이 위원장의 바람이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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