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 미국 방문 성사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모하마드 하타미(사진) 전 이란 대통령이 다음달 7일 미국 워싱턴 대성당(National Cathedral)에서 '문명의 대화'를 주제로 대중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계획은 이란 정부가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핵 개발 포기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방문이 성사되면 하타미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워싱턴을 찾는 최고위급 이란 인사가 된다. 미국과 이란은 80년 이후 지금까지 어떤 공식적 관계도 맺지 않았다.

AP통신은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하타미 전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미국 비자 신청서가 접수됐다"며 "발급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WP와 AFP 통신은 "미국이 이들의 비자 발급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온건파 이슬람 종교지도자 출신인 하타미는 재임 기간에 경제 개방, 시민사회 육성, 여성 권리 확대 등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종교 간 화해에도 적극 나섰다. 99년 3월에는 바티칸을 방문해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와 만났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자격으로 교황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닌 최고 종교 지도자가 대부분의 실권을 장악한 이란의 정치 특성 때문에 그의 개혁 노선은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특히 그의 후임으로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과거로의 회귀'는 더욱 심해졌다.

워싱턴 대성당의 세계정의화해센터 소장인 캐넌 존 피터슨 신부는 "무슬림(이슬람교도).기독교도.유대교도는 모두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라며 "하타미 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위해 세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을 주제로 연설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성당 책임자인 새뮤얼 로이드 신부도 "그의 연설이 평화 진척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워싱턴 방문에 앞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의 '문명의 동맹'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