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기증받은 생물 표본 썩어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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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천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의 임시 표본 보관시설 내부의 모습. 생물 표본을 담은 유리병이 깨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배일도 의원 제공]

문을 열면 열기가 느껴지고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병 조각 사이로 생물 표본이 흩어져 있다. 선반 위 표본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병에는 새카만 곰팡이와 먼지가 쌓여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건립추진기획단이 각종 생물 표본 12만여 점을 보관하고 있는 방의 모습이다. 훼손된 생물 표본은 내년 1월 완공 예정인 국립생물자원관에 전시용으로 국내외에서 기증받은 것들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4년 6월 착공해 내년 1월 완공될 예정이며 총사업비 581억원이 책정돼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 배일도(한나라당) 의원은 인천시 서구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기획단의 임시 보관시설을 18일 예고 없이 방문해 관리 실태를 둘러본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배 의원은 "공사 중인 건물 내 한쪽에 높이 쌓아 놓았던 플라스틱 바구니가 쓰러지면서 바구니에 담긴 표본 유리병이 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며 "기획단 측은 평소에 전혀 점검을 하지 않아 엉망이 돼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또 "무더위 속에서 냉방장치도 없어 건물 내부의 온도가 치솟아 표본이 썩어가고 있었다"며 "지금은 기획단에서 깨진 표본 등을 말끔히 치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훼손된 표본은 기획단이 지난해부터 국내 학자들에게 기증받아 임시로 보관하고 있던 연체동물.해양무척추동물 표본이다. 표본을 기증한 한 교수는 "국내는 물론 중국 양쯔강 등 외국에서 채집한 것도 포함된 중요한 표본들"이라며 "학교에 두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보존할 것 같아 기증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단 관계자는 "건물 완공 뒤 기증자가 직접 분류할 예정이어서 목록 작성 없이 인수.보관만 한 상태"라며 "병이 깨진 것은 바구니 일부가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지면서 생긴 단순 사고"라고 해명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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