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김씨 또 힘 겨루기(정계개편 바람분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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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자제로 2위 굳히기 김대중/JP업고 개편 승부수 김영삼
정계개편 바람앞에서 김대중ㆍ김영삼 두 김씨가 또 힘겨루기를 하고있다.
현재의 4당 정치질서에 대해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현상유지 입장이라면 김영삼 민주당총재는 현상타파쪽에 서있다.
여기에 김종필총재(JP)는 정치적 이미지(색깔론) 분화를 주장,김영삼총재의 4당구조 개편주장을 거들고 있다.
DJ(김대중총재)가 지자제선거 결과를 지켜보자는 점진적 자세라면 YSㆍJP는 조기전면정계개편을 서두르는 공세적 자세다.
김대중총재의 현상유지구상의 핵심은 평민­민정의 양당추축확립이다. 제1야당과 집권당의 이원구조를 통해 정치안정의 축을 만들어 놓고 지자제선거를 통해 이를 확고히 한다는 단계적 개편구도다.
김총재는 이미 『정치권의 실세는 노정권과 평민당』이라고 규정,이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하고 있다. 4당중 상위 1,2당의 제휴ㆍ결속이 손쉽고 현실적인 선택이며 민정당도 이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평민당은 믿고 있다.
평민­민정추축 구조가 6공정치의 고비마다 결정적 위력을 발휘했음을 평민당은 강조하고 있다. 작년 3월 중간평가논쟁때 민정당의 온건신주류와 손잡아 이를 연기시켰고 5공청산 12ㆍ15 대타협과정에서도 양당 추축이 버팀목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여권내부의 세력갈등이 평민당에 유리하게 바뀌어가고 있다고 본다. 민정당내의 반김대중세력이 정호용의원의 정치권 축출로 위축되었으며 평민당제휴세력이 여권핵심의 다수파를 형성,이원구조의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이종찬의원세력과 노태우대통령우산밑의 박철언정무장관,그리고 당외 김복동세력이 동상이몽을 꿈꾸며 저마다 평민당과의 제휴를 주장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DJ는 성급한 김영삼총재가 선공을 해올 것으로 보고있다. 그는 이 공격을 1∼2월로 예상하고 이때만 버텨나가면 YS와 JP의 정국주도력을 무력화시켜 5,6월께로 예정된 지방의회선거에서 YSㆍJP연합을 깨어버릴 생각이다. 이에따라 신속히 지자제선거 열풍을 YSㆍJP의 정계개편바람을 맞받아치고 영향력을 감퇴시킨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당ㆍ지구당별로 다양한 연합공천을 모색,지역당ㆍ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과 민정당과의 정책타협으로 새로운 정치상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DJ의 한 핵심측근은 여권이 「김대중과 함께하는 정치」 선전효과와 영향력을 충분히 평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 대가로 민정당의 TK쪽엔 영남세의 리더라는 지위를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정당의 TK와 호남의 카리스마가 권력을 분할하는 이원집정부식의 구도도 흘리고 있다.
김영삼총재쪽은 긴박한 분위기다. 그가 동유럽순방을 연기하는 것도 DJ가 지자제선거바람을 일으키기 전에 조기에 개편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YS가 내걸 「신정치질서론」은 과거 여야의 개념과 위상을 뛰어넘는 보수대연합ㆍ범민주진영결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의 개편프로그램은 1단계로 민주­공화의 연합,2단계로 민정­평민 이원구조에 불만을 느끼는 여권일부세력을 끌어들리고 온건재야의 흡수,3단계로 야권통합파를 무력화시켜 흡수하는 구도를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노정권이후의 「대체세력」의 위치와 이미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민주­공화 연합의 형태인데 김영삼총재가 『발상의 대전환』을 주장하고 있고 개편이론을 뒷받침하는 황병태특보가 『단순한 정책연합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미뤄 당대당 통합까지 가는 것이라는 전망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YS는 JP와 결합으로 평민당에 대해 숫적 우세를 확보해 민정­평민 이원구조를 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YS의 우선 목표는 정국을 민정­민주­공화 연합구도로 만들어 평민을 밀어내자는 생각이다.
여러차례에 걸쳐 YS와의 단합을 과시해온 김종필총재 생각도 같다. 그는 내각책임제를 전제로한 보혁갈라서기를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그것은 평민당을 진보혁신세력으로 고립시키자는 작전이다.
DJ의 현상유지와 YS­JP제휴방안은 각각 난점을 안고있다. 우선 민정­평민구도는 정치적 「정서」부터 이질적이어서 근본적인 정국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양측에 주지 못하고 있다.
또 이것이 구체화될 경우 민정당내의 반발과 평민당재야파의 불만이 거세지고 국민들의 정치변화 욕구를 충분히 수용하기 힘들다는 취약점이 있다.
YS­JP의 보수연합은 역시 민주당의 야성과 공화당의 여성향이 쉽게 융화되기 어렵다. 더욱이 민정당 일부와의 결속으로까지 발전하려면 민정당이 기득권을 상당부분 내놓아야 하므로 난제가 가로 놓여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민정­평민 중심체제사이에 고사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데다 평민당 내에도 재야출신과 구야당출신의 균열과 반발이 잠복하고 있어 YS의 충격적 제안이나 야권통합파의 향배에 따라서는 야3당이 개편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도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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