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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우주로 날아 간 무궁화 5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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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최초의 민군(民軍) 겸용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가 22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무궁화 5호는 국내 위성 최초로 지상 발사대가 아닌 배 위에서 쏴 올린 것이다. [KT 제공]

한국 최초의 민.군 겸용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가 22일 태평양 해상의 발사선 위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KT와 국방과학연구소는 무궁화위성 5호가 북위 0도, 서경 154도 태평양 공해상의 해상 발사기지에서 22일 낮 12시27분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발사는 미국의 시 론치사가 맡았다.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지상 발사통제소는 발사 1시간15분 뒤인 오후 1시42분에 위성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5호 위성은 지구를 공전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궤도를 올려 9일 후에는 정지궤도에 진입한다. 위성은 이후 35일 동안 위성중계기 성능시험을 실시하고, 48일 후에는 목표궤도인 지구정지궤도 동경 113도에 안착해 향후 15년간 첨단 통신위성의 역할을 수행한다. 무궁화 5호 본체는 프랑스 통신기기 업체인 알카텔이 제작했고, 무게가 약 4.5t, 수명은 14년 이상이다. 무궁화 3호에 이어 곧바로 5호가 나온 것은 죽을 '사(死)'를 연상시키는 '4'자를 피하기 위해서다.

◆ 위성통신 서비스 지역 아시아로 넓혔다=무궁화 5호는 국내 최초로 전파가 닿는 서비스 지역을 한국에서 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대거 넓혔다. 지금까지 무궁화 1, 2, 3호는 모두 국내 서비스 위주였으며, 3호만 제한적으로 해외 송출을 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5호는 한반도를 넘어 중국 동부와 일본.대만.필리핀 등까지 본격적인 위성방송 및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5호 위성은 곧 수명을 다하는 무궁화 2호를 대신할 예정으로 통신능력이 예전 2호의 두 배에 달한다.

KT 서광주 네트워크부문장은 "5호 위성은 요즘 한창 활성화되고 있는 한류 콘텐트를 인근 국가에 직접 송출하고,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에 전용회선과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상용 위성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무형자원인 위성 궤도 확보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수요 대비 40% 이상의 위성이 과잉 발사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위성통신 사업은 수익 개념보다는 국가 기간망 사업으로 봐야 한다"며 "재해를 당하거나 해저케이블.유선통신망이 끊어졌을 때 위성통신망은 우회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군(軍) 위성통신 시대 열렸다=무궁화 5호 위성의 발사로 전천후 군 위성통신 시대가 열리게 됐다. 군에 할당된 무궁화 5호 위성의 12개 채널은 지형의 영향을 받는 기존의 군 통신체계를 크게 개선할 전망이다. 군용 무전기 전파는 직진성이어서 산악지역에서는 통화가 잘 되지 않는다. 또 통신이 생명인 작전에서 적의 공격으로 지상 통신체계가 파괴되더라도 위성통신망으로 우회통신이 가능하다. 무궁화 5호는 군이 추진 중인 육.해.공군의 지휘통제자동화(C4I)체계를 통합지원, 군의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 무궁화 5호는 군의 통신 범위를 한반도를 중심으로 6000㎞까지 넓혔다. 남쪽으로는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의 말라카해협까지 아우른다. 덕분에 원거리 작전이 편해졌다. 해군 함정이나 잠수함 또는 공군기가 태평양으로 작전을 나가더라도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을 빌리지 않고 직접 비밀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서경호 기자

해양기상위성 2008년에 쏜다

과학기술부는 우리나라의 독자적 통신해양기상위성을 2008년 12월 발사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2009년 7월부터는 24시간 위성으로 한반도 기상 정보를 받아 기상예보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일본 기상 위성 자료를 이용했다. 무게는 2.5t으로 중대형급이며, 지상 3만6000㎞의 정지궤도를 돌게 된다. 해양관측 카메라는 한반도 주변 바다를 촬영하게 되며, 해상도는 500m다. 위성 개발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2003년부터 해 왔다.

◆ 한국의 인공위성=첫 인공위성은 연구 목적의 과학위성이었다. 1992년 발사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우리별 1호다. 93년 우리별 2호, 99년에는 순수 독자설계로 개발된 한국의 첫 고유 인공위성인 우리별 3호를 잇따라 발사했다. 과학위성의 계보는 2003년 과학기술위성 1호(우리별 4호)로 이어졌다. 95년 첫 발사된 무궁화위성 1호, 96년 무궁화 2호, 99년 3호, 2006년 5호는 통신 혹은 통신.방송 위성이다. 99년과 지난 7월 발사된 아리랑 1, 2호는 고해상도 '다목적 실용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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