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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종부세 피하는 건 이혼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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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종합부동산세는 동거가족의 소유 주택을 모두 합산해 세금을 매긴다. 예컨대 남편이 10억원짜리 아파트, 아내가 5억원짜리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 15억원이 과세대상 금액이다. 그러나 이 부부가 이혼하게 되면 아내 소유 단독주택이 과세기준인 6억원에 미달하게 되므로 과세대상 금액이 1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절세됨은 물론이다. 이혼을 부추기는 세제다. 집 많이 갖고 있는 가구는 양도세 과세에서도 높은 세율과 특별공제 배제 등 많은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A씨(55)는 한 채를 팔기 위해 세무전문가인 친구와 상담했다. A씨는 친구로부터 "1가구 2주택이면 양도세가 4억원인데 아내 소유 단독주택을 합치면 1가구 3주택이기 때문에 세금이 9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현행 세법에서 절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농담이지만 아내와 이혼해 따로 사는 방법뿐"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세금 문제를 얘기하자 A씨의 아내는 뜻밖에 "5억원이 절약되는데 이혼이 문제냐" 며 "당장 서류상으로만 이혼하자"는 것이었다.

민법은 부부 및 가족 별산제가 기본이다. 세법도 같은 추세로 가고 있다. 금융소득 부부합산과세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고, 가족이 공동으로 사업하는 경우 세대 단위로 합산 과세하던 제도도 폐지됐다. 세대 단위 합산과세는 민법과 세법의 기본정신에 배치된다.

세대 단위 합산과세는 결혼한 사람과 대가족 가구를 상대적으로 차별 대우한다. 결혼해 아내와 같이 산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라면 어느 누가 수긍하겠는가.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기 때문에 위헌일 가능성이 크다. 과잉 규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위장 이혼, 가족 해체 등 편법과 탈법을 부추긴다. 투기 억제 목적으로 도입한 세대 단위 합산과세는 이처럼 부작용이 크다. 투기 억제는 주택.금융정책으로 푸는 것이 효율적이고 정도다.

박상근 명지전문대 교수.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