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새 총리 부인 야당 입당'복수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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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단란하던 시절의 토폴라네크 부부. [사진=토폴라네크 홈페이지]

정치인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 그 아내는 어떤 복수를 할까. 23일 체코의 새 총리로 취임할 미렉 토폴라네크(50)의 부인 파블라는 색다른 복수로 남편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어 화제다. 그는 남편이 아끼는 물건을 내다 버리는 대신 야당에 입당해 남편을 골탕 먹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1일 보도했다.

지난주 체코 정가는 새 총리 부인이 될 파블라(51) 여사가 우파정당인 '정치 21'에 입당하자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토폴라네크 총리지명자의 소속당인 시민민주당(ODS) 측은 펄쩍 뛰며 반발했다. 이 당의 한 간부는 "당총재의 부인이 다른 정당에 가입하는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꼬집었다.

파블라는 한술 더 떠 야당 후보로 남편의 고향인 오스트라바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 결정이 정치인의 아내는 현실 정치에 간여하지 않길 바라는 관행을 깨뜨리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정치 21의 정책이 내 정치적 입장과 전적으로 맞기에 야당 후보로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코 정가에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남편이 현재 국회부의장인 루시 탈마노바(36) 의원과 수년간 바람을 피우고 있는 데 따른 복수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신문은 "파블라 여사가 당 관계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남편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난해 왔다"고 전했다. 토폴라네크 지명자 역시 "27년간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외도를 시인하고 있다.

지은 죄(?)가 있어서일까. 아내의 정치적 배신에 정작 남편인 토폴라네크는 "놀라기는 했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파블라 여사는 토폴라네크 지명자를 대학 재학 시절 만나 결혼에 골인했고 한때 남편의 비서로도 일해 왔다.

프라하의 한 정치평론가는 "신임 총리가 가정에서조차 아내의 저항에 직면한다면 이 나라와 정부의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 수 있겠느냐"고 가시 돋친 논평을 내놨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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