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더위 지쳤다면 옥수수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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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 여름 유난히 기승을 부린 무더위 탓에 지친 분들이 많습니다. 온종일 기진맥진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옥수수를 권하고 싶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보양식 중에 옥수수야말로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북미가 원산지인 옥수수는 콜럼버스를 통해 처음 유럽에 선보였습니다. 그의 최대 과오가 백해무익한 담배의 소개였다면 최고의 선물은 옥수수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옥수수는 영양 가치가 우수합니다.

첫째, 옥수수는 알갱이를 통째로 먹는 거의 유일한 곡류입니다. 알다시피 곡류는 껍질과 알맹이, 씨눈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곡류는 껍질과 씨눈이 도정 과정을 통해 제거된 알맹이 부분입니다. 그런데 항암 효과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페놀 성분은 대부분 껍질과 씨눈에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껍질과 씨눈이 곡류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15~17% 정도지만 곡류 전체 페놀 성분의 83%가 이들 부위에 몰려 있습니다. 이들 페놀 성분은 그동안 무더위로 신진대사가 과열되면서 몸에 쌓인 유해산소 등 노폐물들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껍질과 씨눈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옥수수야말로 안성맞춤인 셈이지요.

둘째, 옥수수는 비타민 B의 보고입니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에서 볼 수 없는 장점입니다. 길이 20㎝ 짜리 옥수수 한 개만 먹어도 티아민 일일 권장량의 24%, 엽산 일일 권장량의 19%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티아민이나 엽산은 모두 비타민 B의 일종으로 이들은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출력향상제 역할을 합니다. 같은 휘발유로 높은 마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지요. 당연히 힘이 나고 지치지 않게 됩니다. 게다가 티아민의 두뇌활동 개선과 엽산의 기형아 예방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옥수수는 섬유소가 풍부합니다. 옥수수 알갱이를 250㏄ 한 컵만 먹어도 하루 필요량의 18%나 되는 섬유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옥수수 섬유소는 당뇨와 고지혈증, 고혈압은 물론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발휘합니다.

넷째, 옥수수의 노란 색소 성분인 베타 크립토산틴은 폐암 예방효과를 지닙니다. 2003년 학술잡지 '캔서 에피데미올로지'는 옥수수 등 베타 크립토산틴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을 경우 폐암이 27% 가량 감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침 옥수수가 제철입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옥수수는 삶아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끓는 물에 30분 정도 담가뒀다 꺼내면 됩니다. 저도 최근 밥공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끼니마다 옥수수를 한 개씩 디저트로 먹고 있습니다. 차지고 맛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옥수수는 결코 가축사료로나 쓰는 저급한 식품이 아닙니다. 그동안 무더위로 허덕이셨다면 삶은 옥수수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홍혜걸 객원 의학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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