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작권' 기본 개념도 헛갈리는 국방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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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그제 국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과 관련, 발언을 번복했다. "한미연합사 체제는 국방주권의 침해에 가깝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자 "(전작권 문제를) 주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 발언은 전작권 문제를 주권과 연계시킨 대통령 입장과 상치된다. 그래서인지 국방부가 다시 나서 "주권국가로서 완전한 작전통제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의미에서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우리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작권을 다루는 국방책임자가 전작권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헛갈리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을 맡았던 천용택 전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를 주권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자주'를 내세우겠다는 정치적 목표에 도취돼 이를 주권문제로 연계해왔다. '한국군의 단독행사'가 적확한 표현인데도 '환수'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사리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최소한 이 정권 사람들끼리는 '같은 목소리'를 내야 정상이다. 그래야 국민도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국방장관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도대체 무엇이 속내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한.미군의 독자 사령부와 '작전협조본부'가 설치되는 계획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전시에 2개의 사령부를 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공군 출신인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은 "빠른 속도로 수백 대의 전투기가 기동할 때 한 사람이 지휘하지 않으면 전력통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유념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휘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작전협조'란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전쟁 시 어차피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그런 기구를 만든다면 그보다 훨씬 잘 짜여 있는 한미연합사라는 현 체제는 왜 그렇게 부수려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