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데이

풀리지 않는 중·일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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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와 새 총리 탄생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향후 정국에 모든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예상되는 결과는 매우 명확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벌로 꼽혔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은 얼마 전 출마를 단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바로 그 직전이라는 절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이는 대북 강경론을 주장해온 아베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대화 노선을 주장해온 후쿠다에게는 역풍이 됐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앞서 일본 정국을 충분히 고려하지는 않은 듯하다.

고이즈미 정권의 남은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가 대(對)아시아 외교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아베도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가 4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당사자는 이에 대해 일절 논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아베 정권이 외교에 관한 한 고이즈미 노선을 계승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어쨌든 앞으로도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의 관계, 특히 중.일 관계는 커다란 숙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8월 초 비영리 민간단체인 '언론 NPO'와 중국의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가 공동으로 중.일 양 국민의 상호 이미지 조사를 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도쿄에서 중.일 관계에 관한 회의(도쿄-베이징 포럼)를 열었다. 많은 세션이 일반에 공개됐고, 동시에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을 통해 중계됐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올해는 두 번째 회의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중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일본인은 12.9%, 방일 경험이 있는 중국인은 1.2%였다. 도쿄-베이징포럼의 미디어 관련 세션에서는 미디어가 야스쿠니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 문제가 중.일 관계의 정치적 상징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언론의 보도 행태 때문에 두 나라 정부가 이도 저도 못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대국의 역사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중국의 역사는 천안문 사건과 문화대혁명이었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꼽았다.

상호 국가의 정치 사조를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일본에서는 중국의 공산주의.국가주의.사회주의.군국주의.대국주의의 순이었다. 중국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민족주의.경제중심주의.국가주의.민주주의의 순이었다. '평화주의'나 '국제협조주의'는 양측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 상태로는 두 나라 관계가 개선될 리 없다. 중.일 양 국민의 상호 불신감은 서로 상대국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중.일 관계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역사문제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두 나라 국민 모두 70% 이상이 역사문제를 중.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일본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기술에 관한 문제, 중국에서는 난징 사건과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꼽는다. 또 '군사적 위협'에 관한 의식조사에서는 복수응답으로 일본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이어 42.8%로 2위였으며,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40.9%였다.

이번 조사 결과 긍정적 답변도 있었다. 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일본 응답자의 72.6%가, 중국 응답자의 71.2%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보듯, 중.일 양 국민의 대다수는 갈등 완화를 바라고 있다.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에 대한 두 나라 국민의 기대는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있으며, 이런 경색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정상회담 이상의 해법은 없을 것이다.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

정리=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