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예술가들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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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천재와 천재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거기엔 예측 못할 사건이 예비돼 있다. 그들의 영감이 자유로이 교류할 때, 서로가 서로의 천재성에 매료될 때 최고도의 예술은 빚어진다.
그러나 그들의 신념체계가 부딪칠 때, 또는 어떤 계기로(이 계기는 치기어린 시기나 메울 수 없는 성격차이일 경우가 많다)어느 한쪽의 자존심이 상처받을 때 그들의 관계는 최악의 갈등구조로 반전되고 만다.
카미유 클로델은 불행하게도 후자의 길을 걸었다. 그녀의 절망은 완벽해서 로댕에 대한 애증에 휩싸인 채 30년동안 정신병동에 갇혀있다 거기서 생을 마감했다.
천재조각가 로댕을 처음 만났을 때 클로델은 20세였고 로댕은 그때 44세였다.
로댕은 앳된 미모의 그러나 격렬한 자아가 요동치는 클로델에게서 중년의 바래져 가는 예술적 감동에 다시 불씨를 얻는다. 로댕 최고의 걸작 『칼레의 시민』은 그들의 열정이 마지막 빛을 뿜을 때 만들어졌다.
로댕은 클로델의 천재성을 내심 질투한 듯하다. 그는 클로델과의 관계를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가적 동반자」로 한계를 그어놓으려 했다.
클로델은 달랐다. 그녀는 온몸을 던져 로댕을 사랑했고 그로부터 자신의 예술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결국 클로델은 예술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로댕 따위」로부터 자신의 천재를 보호하기 위해 로댕과 헤어진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은 절망적인 광기를 띠어갔고 클로델은 혼신의 힘을 다해 로댕을 찍듯 조각에 몰두했다. 작품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반대로 그녀의 심신은 빠른 속도로 허물어져 갔다.
그녀가 찍은 것은 로댕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이었던 셈이다.
그녀가 선택한 로댕과의 예술적 결투는 기실 천재조각가 클로델과 사랑의 열병을 앓는 여인 클로델과의 결투였고 그 둘은 모두 패배했다.
로댕이 온갖 풍요를 누릴 때 클로델은 정신법원에서 신음했다.
55년생. 중년에 접어든 이저벨 야자니(클로델 역)의 연기는 베를린영화제가 주연상으로 보답했듯 빛난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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