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작권 덫에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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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선 한나라당 통일안보전략특위가 주최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 행사와 한.미 동맹 관계'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입장에 우려를 표명하고 반대 논리를 다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정부가 쳐 놓은 전작권의 '덫'에 한나라당이 걸려들었다. 한나라당이 또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과.사진) 교수의 지적이었다. 남 교수는 "전작권 문제엔 '주권'이나 '자주'의 컨셉트가 포함돼 있어 오래 끌수록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선점한 이슈에 한나라당이 끌려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만든 '자주'란 덫에 한나라당이 걸려든 것이지 정부가 덫에 걸린 게 아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계속 끌고 싶어 한다. 지금도 아마 즐기고 있을 것"이라며 "다른 국정 난맥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난을 차단하려는 게 정부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전작권에 대한 국민투표를 검토해야 한다"는 강재섭 대표의 최근 발언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면 청와대는 아마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민투표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으로 4~6개월이 그냥 지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에 계속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세종연구소 송대성 연구위원 등 토론자 일부는 "전작권 문제는 정치적인 전략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라며 "설사 불리하다고 덮을 문제가 아니다"고 남 교수를 비판했다.

그러나 남 교수는 "현실 정치가 우국충정과 울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문화부 차관 경질 문제 등 지금 청문회를 열 국정 난맥 사안이 한두 개냐. 전작권 문제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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