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정국 장본인 최도술씨 "대통령에 죄송" 다섯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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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대통령 재신임 정국을 몰고 온 장본인 최도술씨는 14일 눈시울까지 붉히며 결백을 주장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돈을 받은 적도,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다섯번이나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오후 수사 브리핑에서 "지난해 대선 이후 崔씨가 孫회장을 만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崔씨도 조사 과정에서 그 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그가 검찰이 파악 중인 정황의 일부를 시인했음을 알렸다.

검찰은 그가 지난해 盧대통령 아들 결혼식장(12월 25일)에서 孫회장을 만나 양도성 예금증서 11억원어치를 받지 않았느냐는 부분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崔씨는 "SK에서 돈을 받지 않았고 그 돈은 부산 지역 전직 은행 간부 출신인 李모씨와 관련됐다"며 자신이 무관함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씨는 孫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이며 孫회장과 崔씨를 연결해 준 인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崔씨와 孫회장의 대질신문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특가법상 알선 수재나 수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崔씨가 돈을 받을 당시 공무원 신분은 아니었지만 대선 이후 공무원이나 그 중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청탁성 돈을 받았다면 수뢰죄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SK 돈의 일부가 崔씨와 孫회장을 연결한 李씨 측에도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崔씨는 오전 9시55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로 대검 청사에 도착, 1백명 가까운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는가" "한푼도 안 받았나"등의 물음에 "검찰에서 말하겠다. 안 받았다"고 반복했다.

그는 특히 盧대통령이 재신임을 묻는 사태에 이른 데 대해 "어렵게 대통령에 당선되셨는데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盧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당신의)혐의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물의에 대해 책임을 지신다는 뜻이겠지요"라는 모호한 답변을 했다.

한편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은 崔씨보다 조금 일찍 대검 청사에 도착해 기자실을 찾았다.

SK에서 대선 직전 25억원을 받아 그 중 10억을 편법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12월 17일 SK 임직원 33명의 명의로 받은 10억원도 모두 합법적으로 영수증 처리해 줬다"며 영수증을 제시했다.

문병주 기자<byungjo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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