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주장,저런하소연] 가르치려 말고 함께 공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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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갑부 워런 버핏이 많은 액수를 기부금으로 내놓았다는 신문기사 중 특별히 나의 눈길을 끄는 구절이 있었다.

"아침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나가 무엇이든 읽기 시작한다. 나는 많이 읽는다."

아! 역시 독서였구나. 그가 갑부가 된 배경에는 다른 요인이 많겠지만 독서는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고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

중 2인 큰아이가 초등 4학년이 될 무렵 TV를 작은 것으로 바꿔 거실에서 방으로 옮겼다. 확실히 우리 부부의 TV 켜는 횟수가 줄었다.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던 나와 달리 남편은 늘 차에서 기다리면서 빨리 대출해 나오라고 성화였다. 시간이 지나자 남편은 도서관에 들어와 신문을 보더니 차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즘은 매주 한 권은 읽고 집에서도 책 읽는 모습을 흔히 보인다.

부모가 아이들의 공부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TV 보는 횟수를 줄이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하니 집안의 면학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잡혀갔다. 도서관을 꾸준히 다니다 보면 책을 고르는데도 고수가 된다. 다섯 살부터 도서관에 다녀 3학년이 된 둘째아이는 그림책에서 시작해 만화책, 긴 글 책 등 자기가 읽은 책을 우리에게 추천해줄 정도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나는 선행학습이 수업 집중력을 떨어뜨릴까봐 큰아이에게 과외를 시키지 않았다. 학원도 다니지 않아 중1 때 정말 힘들었지만 부모인 내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아이를 격려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시키려 노력했다. 학기 초 수학은 70점대였지만 지금은 90점대로 올랐다. 영어도 여전히 혼자하고 있지만 90점대다.

부모가 자식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힘들다는 말이 있지만 부모도 같이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요즘은 혼자 공부하기 좋은 책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보고 최종적으로 가장 우리에게 맞는 책을 사서 공부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한다. 부모가 아무 노력 없이 입으로만 아이에게 공부하라 하고 잘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무임승차나 마찬가지 아닐까.

며칠 전 "엄마는 오늘 도서관에서 책도 좀 읽고 공부했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능률도 안 오르고 하기싫더라. 너희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거 힘들지"했더니 첫째아이가 "엄마는 교복은 안 입었잖아"라고 즐겁게 받아친다. 부모.자식이란 이렇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성장하는 건가 보다.

정애라 (41.주부.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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