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 여야 대표 회동 …'전작권' 딴판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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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비롯한 한.미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14일 오후 국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무실을 잇따라 방문했다. 강정현 기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14일 국회 여야 대표실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각각 만났다. 그는 한.미 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에 대해 "전작권이 이양돼도 한.미 군사동맹이나 연합 방위력은 손상되지 않고 더욱 강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의 해석은 상반됐다. 열린우리당은 "전작권 환수는 긍정적 측면이 많은데도 한국 언론에 문제점만 너무 부각한다"는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전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전작권 문제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며 정치화해선 안 된다"는 대사의 발언을 부각했다. 이날 강 대표가 "전작권 문제에 국민투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세를 취하자,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안보 위협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일축했다.

◆ '환수'인가 '이양'인가=여당 지도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작권 문제에 대해 '환수(takeback)'라는 표현을 고수했다. 그러나 버시바우는 '이양(transfer)'으로 응대했다. 면담 내내 '환수'와 '이양'이라는 표현이 오갔다. 반면 한나라당 강 대표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환수가 아닌 '단독행사'가 맞다"고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에 대해 "작전권 문제를 독립(liberation)이나 주권(sovereignty) 확보로 본다면 오도하는 것(misleading)"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와대는 9일 "환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 "김 의장의 견해 듣고 싶다"=버시바우 대사에게 김 의장은 영어로 인사를 하며 자리를 권했다.

▶버시바우="이 자리를 통해 김 의장의 정치적 견해를 경청하고 싶다."

▶김 의장="나는 70.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다. 미 행정부의 여론은 한국 민주주의를 지지했다. 그런데 중요한 고비에 우리의 바람과 일치하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경우 비판적이 되곤 했다."

▶버시바우="과거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김 의장 같은 분의 희생, 광주의 희생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 한.미동맹은 민주주의.인간 존엄 같은 공통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김 의장 말씀에 동의한다."

▶김 의장="한국이 2012년을 전작권 환수 시기로 정하자 미국이 맞대응해 2009년으로 당겼다는 얘기가 언론에 나오는데 사실인가."

▶버시바우="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시기 문제로 한.미 간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기가 확고하게 정해진 게 없는 만큼 양국 협의를 통해 안전하고도 위험이 없도록 해결해 나갈 것이다."

◆ "정기적인 만남을 기대"=직후 버시바우 대사는 한나라당 대표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기선 내년 대선에 관심을 보였다.

▶버시바우="내년 대선의 이슈는 뭐겠는가."

▶강 대표="경제와 안보가 될 것 같다."

▶버시바우="지속적으로 정책 전반에 관해 한나라당과 연락을 취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우려스러운 상황도 함께 해결하길 희망한다."

▶강 대표="참여정부 들어 한.미 관계가 상당한 위기다."

▶버시바우=(긴장한 표정으로)"…."

▶강 대표="전작권 환수는 차기 정권에서 검토돼야 한다."

▶버시바우="전작권은 (안보) 위험이 최소화하는 로드맵에 바탕해 이뤄져야 한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고 정치화해선 안된다."

채병건.강주안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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