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 공군 사격장 문제 방치해 온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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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한 미 공군의 사격장인 군산 앞바다 직도에 '자동채점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난 10개월간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산 시민단체와 직도 부근 도서 주민들은 "그동안 공군 차원의 설득만 있었지,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가 나선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미국 고위 국방 당국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간주해 온 배경이 드러난 것이다.

미 공군은 이 장비가 설치된 사격장에서 조종사가 훈련했을 때만 성적을 인정한다. 그래서 지난해 8월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되자 직도 사격장에 이 장치의 설치를 요구했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했다. 그렇다면 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책임 있고 신의 있는 정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말로만 약속하고 뒤로는 '나몰라라'해 온 것이다.

정부는 어족 자원과 소음 피해를 우려한 현지 주민들의 반발에 따라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동채점장비'의 효용성이나, 현지 주민들의 말을 감안하면 그런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 장비가 설치되면 연습탄을 쓰게 돼 소음은 줄고 어민들의 어로구역도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지금까지 정부 당국자로부터 그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있는데도 손을 놓고 가만히 있어 왔던 것이다.

이 정권은 한.미 갈등 사례가 수도 없이 드러나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호도해 왔다. 이 사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 국방장관, 한미연합사령관이 이 문제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어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이런 정황을 여실히 말해준다.

그랬던 정부가 뒤늦게 문제 해결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평택사태처럼 일이 커진 뒤에야 나서니 노력과 경비만 더 들게 돼 있다. 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이번 사태에 개입돼 있는 '반미세력'에 대해서도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