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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구석기유물 세계적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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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일 최무장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임진강변에서 출토된 후기 구석기시대의 '불탄 석재 석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임진강 일대에서 후기 구석기시대(3만5000~1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로써 전기(20만~30만 년 전)와 중기(8만5000~3만5000년 전)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진 임진강 일대가 후기 구석기 유적지로도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됐다.

최무장(66.전 건국대박물관장.고고학) 박사는 "지난해 10~11월 민통선과 인접한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임진강 변에서 구석기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주먹도끼, 외날찍개, 긁개, 첨두기, 조각기, 르발루아 석핵(몸돌), 르발루아 석편, 양극 석편 등 30여 점의 '불탄 석재 석기'를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불탄 석재 석기는 가장 단단한 돌 가운데 하나인 석영으로 된 강 자갈을 불에 구워 완전히 식힌 후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떼내어 크고 정교하게 만든 것이다.

최 박사는 "전기와 중기의 구석기시대에는 단단한 강 자갈을 직접 돌로 때려내 단순한 형태의 도구를 만들었지만 후기 구석기시대에는 자갈을 불에 구워 손쉽게 다량의 대형 석기를 만들어 사용한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그동안 프랑스 등 서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됐으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또 "이 석기의 발견으로 임진강 일대는 구석기시대 전반에 걸쳐 사람이 거주했으며 특히 후기에 접어들어서는 높은 기술 수준의 석기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의 후기 구석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큰 돌을 불에 구운 뒤 사방을 돌로 쳐 떼어내 도구를 만드는 '르발루아 기법'의 몸돌 및 석편과 똑같은 형태를 띤 석기도 이번에 함께 발견됐다.

최 박사는 이런 사실을 고고학.고대사 관련 국내 학술지인 '선사와 고대'에 2일 발표하고 프랑스.일본.미국 등의 학계에도 통보했다.

서울대 임효재(65.한국선사고고학회장)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우리나라 구석기시대 유물의 우수성이 확인됐다"며 "내년 4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럽-한국 고고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ijjeo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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