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내 실시" 동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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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11일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약품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 시스템)을 연내에 실시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혀왔다. 포지티브 시스템은 가격 대비 효능이 좋은 의약품만 골라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보험적용을 하지 않는 제도다. 미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미국 제약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한.미 양국은 21, 22일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이 제도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특허기간 연장 ▶특허대상 확대 ▶약값 이의신청제도 마련 ▶미국 제약사의 신약 약값 결정 방식 ▶국내 제약사 복제약값 결정방법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계획이다.

미국은 FTA 협상에서 ▶혁신적 신약의 특허 기간 연장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허가 때 오리지널 특허를 보유한 미국 제약사의 관련 데이터에 대한 자료 독점권을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 제약사가 참여하는 약값 이의신청 기구 설치도 요구사항 중 하나다.

미국은 이와 함께 국내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 등 '윤리적 문제'도 집중 거론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제약사들은 현재 오리지널 약값의 80% 수준인 국내 복제약값을 50% 정도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국내의 우수의약품 품질관리기준(PMO)을 미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국내 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의 면허를 미국 내에서도 동등하게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선 우리 정부가 포지티브 방식을 지키더라도 미국 측의 다른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일 경우 미국 제약사의 영향력과 이익만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미국이 호주와 FTA 협상을 할 때도 포지티브 방식 도입을 철회하는 대신 다른 요구를 많이 관철해 실리를 챙긴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만복 보건복지부 FTA지원국장은 "미국이 우리 정부의 포지티브 시스템을 수용하면서 따로 요구한 것은 없다"며 "다음 3차 협상에선 그동안 제기됐던 양측의 요구사항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FTA 3차 본협상을 다음달 6일부터 나흘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기로 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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