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 우리은행, 격해지는 집안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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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갈등이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우리금융지주는 13일 부적절한 회계 처리와 그룹의 전략 방향에 역행했다는 이유로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에게 엄중 주의 조치하고 최병길 부행장(경영기획 담당)과 김영석 부행장(신용관리 담당) 등 2명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직을 당하면 앞으로 은행.보험회사에는 재취업이 어려워져 사실상 금융인으로서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우리금융이 문제삼은 것은 ▶2분기 결산 때 부실 자산을 정리하면서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1천9백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축소 계상해 그룹 전체의 회계투명성을 훼손시켰다는 것과 ▶지주회사의 전략과 반대로 우리카드를 우리은행에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룹 경영에 차질을 가져왔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은행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지주사의 징계 요구가 있자 "회계 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징계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징계 요구를 곧바로 수용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李행장은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인 회계 처리는 정부와 은행의 기본 방침이고 건전성 유지가 최선의 과제"라고 전제하면서도 "회계 처리가 과도하다는 의견은 지주회사가 처음"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관계자도 "재무제표 변경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정부에 질의한 뒤 징계 여부 등을 다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용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부실해진 우리카드와 우리은행의 재합병이 추진될 경우 그 책임이 지주사로 돌아온다고 판단, 합병을 주장하는 우리은행 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내년 3월 함께 임기가 끝나는 윤병철 우리금융 회장과 이덕훈 우리은행장의 힘겨루기 양상이 겹치고 있어 지주사와 은행의 갈등이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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