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간 선배 자리를 내가? 횡재인가 벌써 예고된 퇴직인가

중앙선데이

입력 2021.08.21 00:25

업데이트 2021.08.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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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21면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박서련 지음, 최산호 그림/마음산책

박서련, 유머·공포·드라마 넘나든 소설집
팍팍한 삶 그리지만 힘내자는 메시지

‘운 좋게’ 제시간에 퇴근했고, 버스에 올라탔다. ‘기적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횡재다. 이렇게 생각한 여성은, 남성 호르몬 풀풀 날리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출산휴가를 갔으나 퇴직 압박을 받는 또 다른 여성의 자리에 앉아 일했다. 인턴은, 그 여자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제자리’).

박서련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의 동명 타이틀 작품 속 일러스트. 폭우가 쏟아지는 날 화장실 변기의 '범람'으로 위기에 봉착한 알바의 이야기를 유머 있게 그렸다. 하지만 뜯어보면 고단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일러스트 최산호]

박서련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의 동명 타이틀 작품 속 일러스트. 폭우가 쏟아지는 날 화장실 변기의 '범람'으로 위기에 봉착한 알바의 이야기를 유머 있게 그렸다. 하지만 뜯어보면 고단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일러스트 최산호]

과연 횡재일까. 언젠가 그도 ‘버스’에서 내려야 할 운명이라면? 작가는 이렇게 젊은 여성의 삶을, SF·호러·드라마 등 스타일의 힘을 빌려 소설로 버무린다.

아직도 여성에게는 팍팍하고, 안쓰러운 현실. 작가는 힘을 내자고 직접 말하거나 내세우지는 않는다. 스타일의 힘을 빌린 만큼, 유머·공포는 물론 따뜻한 감정의 선도 건드린다. 책 한권 속 아홉 편의 짧은 글들이 그렇다.

박서련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중 '추석 목전'에 실린 일러스트. 투병 중인 사촌 언니와 가발을 사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일러스트 최산호]

박서련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중 '추석 목전'에 실린 일러스트. 투병 중인 사촌 언니와 가발을 사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일러스트 최산호]

사장은 오늘도 코빼기 안 내미는데, 만화 카페를 혼자 지키다 화장실 변기(그것도 쌍으로) 물이 넘쳐 난입하는 위기를 겪고(‘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군대 간 남친 기다리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가 의외의(혹은 예견된) 배신을 당하고(‘아이디는 러버슈’), 투병 중인 사촌 언니와 가발을 사러 가는 짧은 여정 속 ‘심쿵’한 대화를 나누고(‘추석 목전’)…. 주인공은 각각이되, 어쩌면 하나 같기도 하다.

박서련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의 'Love Makes the World Go ’Round'에 실린 일러스트. 연인 '베'와 '로'가 의자를 사러 가는 와중에 겪는 '우주의 운영 방식'을 그렸다. [일러스트 최산호]

박서련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의 'Love Makes the World Go ’Round'에 실린 일러스트. 연인 '베'와 '로'가 의자를 사러 가는 와중에 겪는 '우주의 운영 방식'을 그렸다. [일러스트 최산호]

파스텔 톤의 일러스트가 싱싱하다. 출판사의 열 번째 ‘짧은 소설’ 시리즈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가 말한다. “이 정도 분량에서 심각한 얘기를? 그래도 잘 보이고 싶다. 당신에게.”

코믹 헤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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