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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리판"예견했던 김종인 재등판론…李-尹갈등 중재 나설까

중앙일보

입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퇴임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싸움이 거세게 붙었는데,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 더 이상 애정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박현숙 열사묘역을 살펴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19일 무릎을 꿇고 참배한 이후 1년만에 광주 5ㆍ18묘역을 다시 찾았다. 뉴시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박현숙 열사묘역을 살펴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19일 무릎을 꿇고 참배한 이후 1년만에 광주 5ㆍ18묘역을 다시 찾았다. 뉴시스

그런데 4개월이 지난 최근 국민의힘에선 김 전 위원장의 발언과 비슷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당 대표와 유력 대선 주자와의 갈등, 후보들 간 난타전은 그야말로 ‘아사리판’을 방불케 한다. 그 사이 당 지지율과 후보들의 지지율도 출렁였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대선후보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여권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비해 12%포인트나 뒤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근 ‘김종인 재등판’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계가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최고위원회의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조정할 분이 없다. 당의 어른이, 큰 리더십이 있으면 호통을 좀 듣더라도 그게 낫겠다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대선은 김 전 위원장의 도움을 받지않고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최근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놓고도 정치권에선 "재등판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19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호남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시절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한 지 딱 1년 되는 날인데, 김 최고위원은 “굉장히 정치적인 활동이다. 정치 일선에 (자신이)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17일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왼쪽)의 주선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했다. 정갑윤 전 부의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17일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왼쪽)의 주선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했다. 정갑윤 전 부의장 측 제공

김 전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내 갈등의 핵심 등장 인물들과 가깝다는 점도 '김종인 재등판론'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17일 윤 전 총장과 광화문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당내 갈등을 참고 견디라”고 조언했다. 윤 전 총장은 입당 직후인 지난 달 31일에도 김 전 위원장을 찾아 대선과 관련한 자문을 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와도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과 만난 건 한 달쯤 됐다”면서도 “연락은 자주 한다”고 했다.

'김종인 등판론'이 무르익고 있지만 그가 당장 특정 캠프에 몸을 던지거나 국민의힘에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와 소통하는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주변에서 누가 흔들어도 소신껏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자신만의 시각에서 당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뒤인 11월께 펼쳐질 야권 단일화 국면이나 본격적인 본선 국면에서 등판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라면서도 "하지만 당 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조기 등판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경준위원장 사퇴…“선관위원장도 안 맡겠다"=토론회 개최 방침 등으로 당 내 분란에 휘말린 서병수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장은 20일 경준위 마지막 회의에서 “오늘 부로 위원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그동안 선의로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했지만, 캠프나 다른 분들의 입장 차에 따른 오해와 억측으로 인해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의심을 받는 처지에 대해 상당히 자괴감을 느낀다”며 “거론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장 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서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에 대해 “우리 당의 상징이고 우리가 뽑은 당 대표”라면서도 “잘못한 게 많다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위원장은 “너무 잦은 인터뷰나 후보 캠프, 당 의원들의 SNS에 민감히 반응하는 자세는 반드시 고쳐야 된다”며 “당내 분규와 갈등이 저의 결정으로 인해 정리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날 경준위 회의 직후 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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